인텔이 낸드플래시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글로벌 낸드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업을 접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낸드플래시 철수 저울질, SK하이닉스 위상 높일 절호의 기회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특히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입지가 약화하고 있는 만큼 인텔의 낸드 철수에 더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인텔 사업보고서를 보면 인텔은 여러 해에 걸쳐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인텔 비휘발성메모리사업부문(NSG)은 2019년 적자 11억7600만 달러가량을 냈다.

인텔은 2016년 5억4400만 달러, 2017년 2억6천만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본 뒤 2018년 적자 규모를 500만 달러까지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의 영향으로 다시 적자가 늘었다.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인텔 안팎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IT매체 퍼드질라에 따르면 조지 데이비스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증권연구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텔이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5월 당분간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판단에는 인텔의 주력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AMD와 같은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10나노급 반도체 공정 등 미세공정을 확충함으로써 CPU 성능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세공정 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에는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하다. 인텔은 올해에만 85억 달러를 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 만큼 10억 달러 이상 적자를 낸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일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인텔이 낸드플래시에서 철수하면 다른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하이닉스에 호재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D램시장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위세가 약하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2019년 4분기 기준 9.6%에 그쳤다. 9.7%를 차지한 인텔에 밀려 6위 수준에 머물렀다.

실적도 좋지 않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낸드사업에서 3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떨어진 가운데 청주에서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M15)을 가동하면서 일회성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차지하던 글로벌 수요를 일부 차지할 수 있다면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인텔이 실제로 낸드플래시사업에서 물러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또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인텔이 낸드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해 사업을 지속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128GB 기준 낸드플래시 가격은 2020년 1월 전월대비 3.17% 올랐고 2월에는 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텔이 한창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던 2017~2018년에도 낸드플래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올라도 낸드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