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21대 총선이 끝나면 2022년 3월 대선까지는 2년 남짓 남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이번 총선이 사실상 대선의 전초전이 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은 이번 총선을 통해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 방송 : 총선특집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상호 기자

이낙연, 총리 출신 대선주자 ‘낙마 흑역사’ 끝낼 수 있을까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 이낙연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총리를 맡아 장수하면서 대선주자로 급부상했습니다. 

그전까지도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지내기는 했지만 적어도 대선주자로 대중에게 인식됐던 인물은 아니었죠. 

하지만 누가 뭐래도 현재 시점에서는 다음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죠.

이상호 기자(이하 이) : 네. 그렇습니다. 다음 대선주자 지지율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년 이상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고 가정하면 가장 당선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겁니다.

곽 : 전 총리가 유력 대선주자인 상황. 이런 상황이 또 처음은 아니잖아요? 이회창, 고건 등 언뜻 떠오르는 사람만 여럿 있죠?

이 : 총리 출신이 유력 대선주자로 지지받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죠.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전례가 없습니다. 모두 유력 대선주자까지만 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낙연 전 총리에게는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당정치 경력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2000년에 16대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정치경력이 올해로 21년 차죠. 정치권과 여론의 생리를 그만큼 잘 알고 있다고도 추측해 볼 수 있죠.

곽 : 이회창, 고건 전 총리도 대선주자가 되기 전 정치 경험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당총재, 국회의원이나 민선 서울시장 등 거쳤죠. 물론 경력의 길이로 보면 확실히 이낙연 전 총리가 정치 경험이 더 많기는 합니다.

이 : 이낙연, 이회창, 고건의 정치경력 사이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회창이나 고건 전 총리는 각자 법관, 관료로서 어느 정도 정점에 오른 뒤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가 된 순간에도 각자 법관, 관료의 색깔을 벗지 못했다고 저는 봅니다.

이회창 전 총리는 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을 거친 뒤 정치인이 됐습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5공 때인 1985년 12대 국회의원, 국민의 정부 때인 1998년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서울시장을 지내긴 했으나 제대로 정당에서 역할을 맡아 정치활동을 한 경험은 없었죠.

두 사람 모두 정치권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았죠. 정치권에서는 꽃길만 걸은 셈인데, 대선주자는 꽃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곽 : 그렇군요. 반면 이낙연 전 총리는 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돼서 정치권에서는 비교적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왔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이 : 그렇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해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종로 대결 가능성을 놓고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 뭐든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에서 보이는 이낙연 전 총리의 태도가 앞선 총리 출신 대선주자들과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곽 : 이낙연 전 총리도 총리출신 대선주자 흑역사를 당연히 의식해서 인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는 등 정당에서도 꽃길 위에서 대접받지 않고 적극적 역할을 계속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지역구에 출마하는 만큼 지역구에서 승리인데. 이번에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사실상 미리 보는 대선을 치르게 됐어요. 

여론조사 변화는 어떤가요? 

이 :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총리는 오차범위 이상으로 황교안 대표를 앞서고 있습니다.

세대별로 살펴봐도 이낙연 전 총리는 60대 이하에서는 모든 세대에서 앞서고 있고 60대 이상도 여론조사에 따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곽 : 이쯤 되면 이낙연 전 총리로서는 총선 뒤 대선을 생각하는 포석도 놓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으니 약점을 보강하려 할 것 같은데요.

이 : 네. 맞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자신의 약점을 인식했는지 20여 명에 이르는 의원들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가까운 의원들을 많이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곽 : 이낙연 전 총리가 이번 총선으로 이낙연계로 불릴만한 당내지지 기반을 마련한다면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노무현의 적자 이광재, 친노세력의 최고 리더로 부상하나

이 : 이번 민주당의 권역별 선대위원장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가장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복권으로 9년 만에 정계에 복귀하게 됐죠. 9년 만에 정치 복귀인 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곽 : 이광재 전 지사라면 보수 텃밭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도지사 당선됐을 만큼 강원지역에서는 득표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잠룡으로서 이광재의 진정한 힘은 민주당 내 노무현의 적자라는 점일 겁니다.

이 : 그렇습니다. 이광재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때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리며 최측근으로 불렸었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계를 떠나게 된 만큼 사실상 홀로 남아 친노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곽 : 김대중-노무현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말은 이제 잘 안 쓰여도 ‘친노’라는 말은 계속 쓰이는 것을 보면 민주당 내에 아직 친노의 힘이 살아있다는 거겠죠.

그래서 노무현의 적자인 이광재 전 지사가 친노세력의 최고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느냐가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총선을 통해서 정치적으로 부활을 해야 이광재 전 지사가 중앙 정치에서 본격적으로 역할을 맡게 될 텐데. 이번 선거구 획정에서 강원지역이 의석수도 늘지 않고 일부 지역 선거구가 이리저리 찢기는 등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지역 여론이 조금 편치 않은 듯해요. 이광재 전 지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 : 사실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선거구 획정이 독립된 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관이고 여야 협의를 거치는 것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여론은 국가에서 결정되는 일을 놓고는 주로 여당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이렇게만 보면 이광재 전 지사에게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광재 전 지사가 강원도에서 왜 인기가 있는지와 강원지역이 왜 선거구 의석 수 확대 등을 원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가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구 획정 같은 문제에서 강원지역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강원지역이 중앙정치에서 소외돼 있다는 지역 정서가 바탕에 있거든요.

곽 : 수도권은 한국의 중심 지역이니 그렇다 치고 영남, 호남은 한국 정치의 세력 구도에서 중요한 축이죠. 충청도는 제3세력으로 목소리를 내고 최근에는 세종시 등으로 목소리가 더 강해진 측면이 있죠.

강원은 아무래도 인구 수에서 밀리니 목소리를 내기는 좀 어렵기는 해요.

이 : 그래서 강원지역에서도 이제는 강원 출신 거물 정치인이 한 명쯤은 나타나야 한다는 정서가 있습니다. 강원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중앙정치에서도 강원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정치인 말이죠.

현재 시점에서 강원 출신 거물 정치인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면 역시 이광재 전 지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죠.

곽 : 강원지역의 정치적 입지 상승을 원하는 심리가 이 전 지사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거군요.

이 전 지사는 이번에 원주갑에 출마를 했는데 지역구 전망은 어떤가요?

이 : 이광재 전 지사는 당내 경선을 거쳐 12일에 원주갑 공천을 확정지었고요.

미래통합당은 현역의원으로 김기선 의원이 있음에도 원주갑을 전략공천지로 정하고 후보자를 검토한 끝에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내세웠습니다.

곽 : 박정하 전 대변인이라면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과 춘추관장을 지낸 인물이죠. 이번 원주갑 선거는 사실상 친이와 친노의 대결 구도로도 볼 수 있겠어요.

이 : 이광재 전 지사에게는 지역구 승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원도 전체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강원도 성적이 특히 저조했는데요. 강원도 의석 8석 가운데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광재 전 지사의 지역구 출마와 지역 선거 지휘로 민주당이 강원도에서 얼마나 의석을 더 늘릴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곽 : 이광재 전 지사가 자신의 지역구 승리도 챙기면서 민주당의 강원도 승리를 이끈다면 그야말로 화려한 정계복귀가 되겠네요. 그리고 명실상부한 친노세력의 최고리더가 될 수도 있지요 강원도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김부겸, 코로나19 극복에서 대구의 마음 또다시 거머쥘까  

곽 : 강원도 바로 밑에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또 다른 대선후보인 김부겸 의원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김부겸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의 상징적 인물이죠. 지난 총선에서 보수 지지세의 중심 지역인 대구의 수성구갑에서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이 : 미래통합당은 김부겸 의원을 잡기 위해 4선 주호영 의원을 맞상대로 공천했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지역구가 수성구을로 이번에 공천 신청도 수성구을로 했는데 옆 지역구로 옮겨 공천된 겁니다.

곽 : 그야말로 대구 수성구갑을 탈환하겠다는 통합당의 의지가 느껴지네요. 대구·경북이 워낙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니 김부겸 의원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은 현재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죠. 김부겸 의원의 진정한 맞상대는 지금 상황에서는 코로나19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김부겸 의원에게 위기일까요? 아니면 기회가 될까요?

이 : 전염병이 됐든 대형사고가 됐든 국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몰리는 재난이 발생하면 당장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지지율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기는 합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결국 지지율의 방향을 결정짓죠.

김부겸 의원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곽 : 그렇죠. 이번 코로나19 때 ‘김부겸이 일 좀 했네’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짧게 보면 총선 승리를 통한 생환, 길게 보면 지역구도를 타파한 정치인으로서 통합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의 갈림길이겠네요.

김부겸 의원으로서는 당장 TK지역 여당의 좌장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지역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것 같은데.

이 : 안 그래도 요즘 김부겸 의원이 정부를 향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규모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방역과 관련해 ‘봉쇄’라는 표현을 써서 문제가 되자 앞장서서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기도 했죠.

곽 : 사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거는 감성적 측면이 커요. 그래서 정치인들은 발언할 때도 단어 선택 하나하나 신중해야 하는 거고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만 봐도 그렇죠.

김부겸 의원도 지지율을 올려 대구에서 살아남으려면 유권자에 대한 감성적 측면의 접근도 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김부겸 의원의 장점이 감성적 측면은 아니긴 해요. 합리적이라는 점이 김부겸 의원의 강점이죠.

합리적이라는 측면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 비슷한 듯도 하지만 이낙연 전 총리가 진중하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 김부겸 의원은 설득력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좀 다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도 확실히 다른 느낌이고요.

김부겸 의원으로서는 단기적 상황보다는 길게 보면서 그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낙연 전 총리부터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까지 여권의 주요 인물의 총선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야당에서 주목할 인물을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