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탓이다.

해외 석유 채굴사업과 비축유 판매사업 등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비상경영체제 석유공사, 국제유가 급락으로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

▲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


18일 석유공사는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게 돼 자본잠식 상황까지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1%(1.75달러) 내린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기준 배럴당 60달러대였는데 유가가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석유공사는 해외에서 석유 채굴사업을 지속해서 펼치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유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석유공사는 UAE 할리바 석유 채굴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할리바 광구는 2018년 기준 2억3천만 배럴 매장량을 확보했다. 하루 채굴 가능한 석유량은 2만배럴 수준으로 확인되며 석유공사는 이 가운데 약 6800배럴(생산 지분 30%)을 들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배럴당 56.79달러)으로 예상 매출 45만4320달러(약 5억1160만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이날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배럴당 28.10달러)으로 49.48% 떨어져 예상 매출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원유채굴을 시작하면 당시 국제유가 기준으로 생산량을 계획하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며 “계약을 맺을 때 채굴할 생산량을 맞춰야 하니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석유공사는 베트남에서 4곳의 유전에서 하루 9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베트남 15-1 광구의 지분 14.25%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도 셰일가스사업인 이글포드 광구에 참여해 석유자원을 지속해서 확보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9년 9월 말 기준 17개 국가에서 31개(국내 4개 포함) 석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 평균 약 19만2천 배럴(2019년 6월 기준)을 생산하고 있다. 확보한 매장량은 약 13억 배럴(2019년 6월말 기준)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폭락을 이어가면서 이런 사업에서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 확대를 언급하고 있고 러시아도 감산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어 과잉공급이 우려돼 지속해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석유공사는 대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당시 매입가격을 밑돌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석유공사는 2018년 9월 말 기준 모두 1조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에 9600만 배럴(공동비축사업 물량 제외)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비축유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큰 손해가 날 수 있다”며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70%(LNG는 38%)가 중동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전쟁 등 국제정세의 변동성이 커질 때 유가가 폭등할 수 있어 수급과 가격의 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면 비축유가 많은 석유공사로서는 손실이 보게 된다.

석유공사는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해 지난해 3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기도 했다. 

석유공사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5억 달러(약 2조9837억 원), 영업이익 4억9천만 달러(약 5848억 원), 순손실 7천만 달러(약 835억 원)를 거뒀다. 부채비율은 2019년 3분기보다 733%포인트 증가한 3021%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