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SG닷컴의 로젠택배 인수로 쿠팡과 물류경쟁을 한판 벌일까?

SSG닷컴이 로젠택배를 인수해 허브터미널 등의 택배집하장을 온라인 물류센터로 활용하면 전국 단위 배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 오픈마켓서비스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Who] 정용진 쿠팡과 한판 붙는다, SSG닷컴 로젠택배 인수  추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을 인수주체로 내세워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로젠택배가 보유한 전국의 택배터미널 등을 온라인 물류센터로 활용해 쿠팡을 따라잡으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A)은 씨티글로벌그룹마켓 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4월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로젠택배는 국내 택배업계 4위로 C2C(소비자 사이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이 8%에 불과해 온라인과 연계한 택배사업만으로 따져보면 신세계그룹에게 그리 매력적 매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SSG닷컴의 물류센터 확충을 노린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재 SSG닷컴이 보유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단 3곳으로 쿠팡이 보유한 51곳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유통법상 대형마트 매장은 오프라인 영업시간에 맞춰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150개 전국 이마트 매장을 SSG닷컴 물류센터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물류센터가 부족한 탓에 SSG닷컴의 하루 배송물량은 당일배송인 쓱배송이 6만 건, 새벽배송은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1만5천여 건에 그친다.

전국 단위에서 하루 200만 건을 처리하는 쿠팡과 비교해보면 격차가 크다.

정 부회장은 쿠팡처럼 SSG닷컴의 지향점을 아마존으로 삼고 있는데 물류경쟁에서 뒤처져있는 만큼 이를 빠르게 따라잡으려면 인수합병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로젠택배는 전국에 7개 허브터미널과 3개 서브터미널, 700여 곳의 영업소로 이어지는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SSG닷컴의 물류망을 전국 단위로 넓힐 수 있다.

국내 택배시장 1위인 CJ대한통운도 곤지암 터미널 창고를 이용해 풀필먼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SSG닷컴도 로젠택배의 택배 터미널 등에 온라인몰 물류센터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풀필먼트는 온라인몰에서 고객이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까지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SSG닷컴이 로젠택배의 택배 터미널을 집하장으로 사용하게 되면 고객의 주문에 바로 터미널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포장해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 단위의 당일 배송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중장기적으로 택배 허브터미널에 풀필먼트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SSG닷컴이 준비하는 오픈마켓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SSG닷컴은 최근 이용약관에서 통신중개서비스 등을 추가하면서 오픈마켓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 신세계TV쇼핑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상품 400만 개가량을 취급하고 있는데 외부 판매자들이 유입되면 취급하는 물품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트래픽도 늘어날 수 있고 외부 판매자들에게 창고(풀필먼트)를 대여해 줌으로써 이익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SG닷컴은 이미 물류센터를 통해 이마트몰 배송을 원활하게 하고 있어 물류능력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다"며 “오히려 SSG닷컴이 물류센터를 단번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택배회사를 통해 물류망과 물류센터를 한 번에 확보하기 위해 인수에 참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