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 플랫폼경쟁에서 선두 굳히기에 힘쓰고 있다. 

비슷한 전자투표 플랫폼을 내놓은 다른 증권사들보다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강점을 앞세우면서 서비스품질을 끌어올릴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에 주총 전자투표 늘어, 예탁결제원 운영 노하우로 우위 굳혀

▲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전자투표시스템 ‘케이이보트(K-eVote)’를 이용하는 기업의 수와 규모가 2020년 들어 급증하고 있다.  

3월 셋째 주(15~21일)에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 477곳이 케이이보트를 전자투표 플랫폼으로 채택했다. 2019년 같은 기간 197곳과 비교해 2.5배 가까이 늘어났다.

3월 넷째 주(22~28일)에도 주주총회가 다수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이보트를 채택한 기업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KT 등 2020년에 전자투표를 처음 시행하는 대기업들의 상당수도 케이이보트를 선택했다.  

전자투표는 개별 기업이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의안을 올려두면 주주들이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주들의 참석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자투표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탁결제원도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2020년 3월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에게 전자투표시스템 이용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기존 수수료는 총회 한 차례당 최대 500만 원이다.

주주가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 간편인증으로 본인을 확인해 전자투표를 할 수 있는 등 관련 절차도 간소화했다.

예탁결제원이 수수료 무료정책 등을 펼치는 데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민간 증권사들이 전자투표시장 경쟁에 뛰어든 점도 맞물려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삼성증권은 2020년부터 전자투표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도 2020년 상반기 안에 사업 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기존 거래기업에 전자투표시스템 이용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등 공격적 서비스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은 9년 동안 서비스를 운영한 노하우와 주주 개인정보 관리의 안정성 등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서비스의 전반적 질을 높이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예정이던 주주총회 정보 모바일 안내서비스를 2020년에 앞서 도입했다.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과 케이이보트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통계 분석이나 주주총회 질의를 담당하는 인공지능(AI) 챗봇을 개발해 도입할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오랜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신뢰도와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주주들의 전자투표 접근성 높이기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