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노회한' 홍준표, 총선 뒤 통합당 복당과 당권 바라본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선 이후를 바라보는 포석을 놓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차곡차곡 높이고 미래통합당 탈당과 복당 명분까지 쌓으며 총선 뒤 당권경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홍 전 대표는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 25년 동안 몸 담았던 정당을 떠나 대구 수성구을 지역구에서 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두 차례 출마 지역구를 바꾸며 보수 지지세의 중심인 대구 가운데서도 ‘대구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구에 출마하게 됐다.

미래통합당의 '중진 물갈이' 공천 과정에서 대구·경북지역 현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교체됐는데도 홍 전 대표는 정치경력으로 볼 때 수모에 가까운 우여곡절을 견디며 무소속 출마 명분을 쌓고 정치적 상징성과 당선가능성이 큰 지역구까지 뜻대로 선택한 셈이다.

홍 전 대표는 처음에는 고향인 경남 창녕이 포함된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의사를 내보였다. 하지만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고 홍 전 대표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경남 양산에 출마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처음부터 홍 전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출마지에 관해 의견이 조율될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홍 전 대표와 김 위원장 모두 소신이 강한 성격인데다 두 사람은 2008년 김 위원장이 국회의장, 홍 전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시절부터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2009년에는 김 위원장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지 않자 국회의장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 역시 양산을 출마 제안이 애초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사천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뻔한 입 다물라’거나 ‘막천’, ‘노추’ 등 꾸준히 공격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거친 발언이 계속되자 탈당 명분 쌓기라는 시선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홍 전 대표가 원하는 지역에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탈당 뒤 원하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편이 정치적으로 이득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 출마 지역구로 대구 수성구을을 선택한 것 역시 지역구의 정치적 상징성 외에도 통합당 현역의원과 경쟁을 피해 복당에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는 고려가 깔린 선택으로 분석된다. 

대구 수성구을은 미래통합당의 4선 주호영 의원이 현역의원인 지역구다. 애초 주 의원은 수성구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김 위원장이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를 탈환해야 한다며 6일 주 의원을 수성구갑로 공천했다.

홍 전 대표는 대구 수성구을에 통합당 현역의원이 출마하지 않게 되자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구에 출마하지만 김부겸, 주호영 의원과 호형호제한 지 30년이라 거기는 갈 수 없다”며 사실상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성구을 출마를 밝히기 전 일주일 동안 통합당 공천관리위가 공천배제 결정을 번복하기를 기다리겠다며 한 차례 더 탈당 명분을 쌓았다.

홍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대구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을 하겠다, 탈당이라 해 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며 탈당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의 탈당에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견제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에게 홍 전 대표는 총선 뒤 당권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큰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로서는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를 맞아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돌아와 당권을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 전 대표는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잘못된 협잡공천과 대선 경쟁자 쳐내기라는 일부 세력의 불순한 음모 때문에 잠시 당을 떠나 광야로 나가고자 한다”며 “공천관리위가 저지른 협잡공천의 불공정과 불의를 바로 잡아달라고 황 대표에게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 못된 협잡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으며 복당한 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