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를 판매하면서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징계를 받게 될지 금융권의 시선이 몰린다.

NH농협은행이 징계를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OEM펀드 판매사를 주선인으로 보고 징계하는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NH농협은행 'OEM펀드 판매' 놓고 증권선물위 심의에 금융권 주목

▲ NH농협은행 로고.


반면 징계를 받지 않게 되면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의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논란과 함께 펀드 판매의 주력인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올 수 있다. 

13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공모펀드 규제 위반과 관련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규제를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OEM펀드는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하고 판매사의 지시에 따라 설정 및 운용되는 펀드다. 제조업에서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과 구조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은 일부 영업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지만 NH농협은행은 아직 징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증권신고서 미제출과 관련한 제재 안건이 보류된 이후 아직까지 이 안건을 두고 증선위가 열린다는 소식이 없다”며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난 이후에 증권선물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위는 한 바이오회사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NH농협은행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는 2019년 11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은 점을 놓고 주선인에게 과징금을 물렸는데 이에 주선인이 과징금 처분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다.

NH농협은행 사건에서도 펀드 판매사인 농협은행이 주선인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행정소송 결과가 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선물위가 NH농협은행의 주선인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행정소송 결과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를 설정할 때 자산운용사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려 펀드를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사모펀드가 자금조달계획, 판매시기 등을 고려해 동일한 펀드로 판단될 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한다.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된 펀드가 OEM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NH농협은행을 펀드 주선인으로 보고 주선인이 해야하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NH농협은행은 주선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조항(자본시장법 제429조) 자체가 처벌조항만 있고 펀드 발행인이 아닌 판매회사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물을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증권선물위가 NH농협은행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면 OEM펀드 판매사를 주선인으로 보고 징계하는 첫 사례가 된다.

파생결합펀드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기조에 맞물려 금융당국이 OEM펀드와 관련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그동안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에서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피해 규모가 적어 논란을 피했는데 OEM펀드 판매와 관련한 징계를 받게 되면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NH농협은행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사안에서는 주선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NH농협은행에게 과징금을 물리지 않으면 관리감독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OEM펀드의 자산운용사만 처벌하게 되면 펀드 판매의 주요한 축인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