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잔업 복원 순탄치 않아, 노사 시각차로 감정의 골 깊어져

▲ 2020년 1월31일 기아차 노사공동 잔업관련 태스크포스 상견례 모습.

기아자동차 노사가 잔업 복원을 놓고 벌이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는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어 일방적 결정으로 없앤 잔업을 복원해 실질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생산성 향상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회사에서 ‘유휴인력’ 발생에 따른 ‘인력 전환배치’ 문제도 꺼내면서 노사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3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노사가 잔업 복원 태스크포스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노사의 시각차이가 커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노조는 13일 소식지를 통해 7차 회의 결과를 전하며 “사측이 노골적으로 인원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현장탄압을 공식화하고 있다”며 “(잔업 폐지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할 방안도 없고 조합원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방안도 없이 오로지 인원 구조조정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3월 말까지 회사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까지 보였다.

특히 노조는 회의에서 제시한 ‘경우별 인원 조정 검토(안)’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대로 잔업을 다시 시행하면 유휴인력이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잔업을 실시할 만한 생산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작업장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잔업을 30분 실시하면 소하리 공장과 화성 공장, 광주 공장, 물류운영팀, 생산개발본부, 품질본부 등에서 일하는 1514명의 인력이 유휴인력으로 남게 된다. 전체 2만3490명의 인원 가운데 6%가 넘는 수치다.

회사는 이 가운데 상당수의 인원을 다른 직무로 전환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만 잔업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아차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을 다른 직무로 전환배치할 때는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

노조는 회사의 이런 방안을 놓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해 별도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한다.

더욱이 회사는 잔업 복원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노사 사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조짐도 나타난다.

회사는 잔업 복원 관련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가동률 향상 △품질 개선(실질적 품질 향상) △관행 개선(생산현장 환경 개선) △비효율 개선(라인운영 효율화) 등을 뼈대로 한 ‘생산 안정화방안 검토(안)’을 내놨다.

현재는 라인 가동중단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한 이후 노조와 협의해야만 가동을 재개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먼저 라인부터 가동한 뒤 사후 협의하는 방안(선 가동, 후 협의), 신차 투입 때 단계별 협의를 최소화하는 방안, 무인공정의 장비 고장시 수리 이후 협의 없이 가동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생산현장의 비효율적 요소들을 개선하기 위해 작업중 IT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현장의 금연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올라있다.

회사는 최근 사내소식지를 통해 “잔업과 관련해 생산환경 변화와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잔업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전제는 미래 생존과 고용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다”고 노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기아차 노사는 2020년 1월에 2019년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잔업 복원을 통한 실질임금 회복에 공감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함께 구성해 3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회사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인 2017년 9월부터 각종 비용 증가를 이유로 특근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 특근 폐지로 조합원의 월급이 수십만 원가량 줄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