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산통합 지연 등에 차질을 빚어 시기를 예상보다 크게 늦추거나 계획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신한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다급해졌다.
 
성대규, 오렌지라이프와 합병 불투명해 신한생명 재무구조 개선 다급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 사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한다는 목표를 두고 태스크포스(TF)조직을 꾸려 통합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두 회사의 전산통합작업이 지연되고 TF조직도 통합과 관련한 논의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해 합병시기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재무적 통합을 마무리한 만큼 신한생명과 물리적 통합을 서두를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합병시기가 크게 늦어지거나 아예 무산된다면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 IFRS17 회계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는 가입자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을 2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금융당국에서 금융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신한생명 지급여력비율은 2017년 말 기준 175%에서 2018년 239%까지 올랐지만 2019년 말에는 227%로 다시 낮아졌다.

오렌지라이프가 업계 최고 수준인 400%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와 통합없이 지급여력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금리 인하와 경기침체에 따른 자산운용수익 감소, 코로나19로 받은 보험영업 차질 등으로 보험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한생명이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적 상황을 개선하기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는 셈이다.

IFRS17 회계기준 도입시기가 2022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회계기준 도입시기와 관련해 아직 통보를 받은 내용은 없다"며 "도입시기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대규 사장은 결국 오렌지라이프와 합병 여부 및 시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신한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급여력비율을 조속히 끌여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경기침체나 보험업황 부진과 같은 환경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고 신한생명이 보험회사 특성상 사업영역을 보험 이외로 다변화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신한생명은 신한금융그룹 차원 협업조직인 매트릭스에 활발하게 참여해 계열사의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신한금융의 글로벌 투자금융(GIB)과 글로벌 자산운용, 자산관리 및 퇴직연금 매트릭스에 참여해 계열사와 공동으로 금융상품을 운영하거나 해외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한다.

회사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아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계열사와 협업으로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성 사장이 신한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신한생명의 투자금융과 자산관리 등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과 같은 변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성 사장은 신한생명 대표에 오르기 전 보험개발원장으로 일할 때부터 보험업계 전반에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의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