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 및 시민대책위원회와 갈등을 풀어내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번에 도출한 합의안과 관련해 마사회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사회와 고 문중원 기수측과 갈등 끝내기 만만찮아, 김낙순 부담 커져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이번 마사회와 내놓은 합의안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마사회가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합의 사안들을 번복하고 있어 시민대책위원회는 마사회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장례위원회’와 문중원 기수 유가족은 당초 문중권 기수의 발인이 진행된 이날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노제와 영결식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마사회가 합의안을 두고 공증을 미루자 계획한 이날 오후 영결식을 열지 않고 부산경남경마공원 본부장실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6일 합의안을 공개하며 입장문을 통해 "합의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문 기수의 장례식을 사망한 뒤 100일 안에는 치러야겠다는 생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이 합의에 따라 3개월 안에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의 배경과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하고 기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합의안을 두고도 김 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이 포함되지 않아 미봉책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마사회가 그동안 설립 취지와 달리 공공성을 지키기보다 경마의 ‘사업성’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라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부산·경남 경마장은 시장논리에 따라서만 조교사들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교사협회를 통해 기본급 등 권리가 보장되는 과천 경마장과 같이 부산·경남 경마장에서도 조교사협회를 만들기로 했지만 상금을 많이 받는 조교사들은 참여하지 않고 시장논리대로만 관리가 이뤄지다보니 개개의 조교사들이 말을 탈 수 있는 권한 등을 모두 쥐고 특권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을 두고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문중원 기수의 사망을 계기로 김 회장이 경마제도 개선안을 지난해 12월26일 내놓기는 했지만 유가족의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인 '유가족에게 사과'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문 기수의 유가족은 2월27일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다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개선안을 내놓으며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핵심사안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에서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며 마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해 7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경마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며 2019년 12월27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문중원 기수의 천막 시민분향소를 운영하다 6일 마사회와 합의안을 도출했다.

고 문중원 기수가 소속됐던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에서는 2005년 개장한 뒤 지금까지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 경마종사자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사태 해결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