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을 놓고 입주민들과 부딪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기존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입주민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인다. 
 
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 놓고 분양가 상한제 요구에 곤혹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9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토지주택공사와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분양전환가격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10년 공공임대주택 아파트단지 60여 곳이 연합한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에서 소송 제기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2일 경기도 판교 산운마을 11·12단지 입주민들을 대리해 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분양전환가 통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판교 산운마을은 토지주택공사에서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이른 시기에 분양전환이 이뤄졌다. 

이곳을 시작으로 향후 분양전환이 예정된 경기도 판교 봇들마을과 수원 광교, 서울 강남과 인천 등에서 집단소송이 잇달아 제기될 가능성이 나온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입주자가 10년 동안 월세를 내는 임대 형태로 살다가 10년 뒤 우선분양권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즉 입주자가 분양전환가격만큼 돈을 내면 집을 살 수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계약조건으로 입주계약 체결 시점으로부터 10년 뒤에 감정평가법인 2곳에서 내놓은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액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상당수의 분양전환시점이 다가오면서 이 조건을 적용하면 안된다는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의 아파트 시가가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에 크게 오르면서 분양전환가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감정평가액은 대체로 시가의 80~95% 사이로 산정된다.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에서 2019년 12월 통보한 판교 산운마을 11단지 분양전환가는 51㎡ 기준 4억2282만 원, 12단지는 55㎡ 기준 4억5936만 원이다. 

판교 산운마을 11단지의 분양전환가는 건설원가 1억3304만 원의 4배 규모에 이른다. 12단지도 건설원가 1억4257만 원의 3배를 넘어선다.  

향후 소송 가능성이 있는 판교 봇들마을과 경기도 수원, 서울 강남과 인천 등도 모두 최근 10년 사이에 집값이 많이 뛴 곳들이다.  

판교 봇들마을 3단지의 현재 시세는 84㎡ 기준 11억 원대에 이른다. 감정평가액을 시세의 80%로 산정한다 해도 분양전환가가 8억 원을 넘어설 수 있다.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입주민 대다수가 주택 없는 서민인 만큼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전환가가 결정되면 입주민들이 우선분양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토지주택공사가 분양전환가를 산정할 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정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격)에 가산비를 더해 산정한 분양가격 이하로만 공동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전국의 공공택지 분양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2019년 4월28일 이후로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민간택지주택에도 도입된다. 

김동령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장은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입주민이 건설원가와 제세공과금을 모두 부담하는 등 분양구조와 청약구조가 분양주택과 같다”며 “이를 고려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토지주택공사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입주자들과 기존에 계약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없으니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자연히 상한제 적용 가격보다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창흠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 논란을 지적받자 “공기업은 정해진 법률과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계약서에 감정평가액을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으로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대출 등 다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