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위기에 빠진 케이뱅크를 살려내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까?

KT는 직접 자본확충을 할 수 없게 되면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나 새 주주 영입 등으로 케이뱅크에 자본 투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KT 특혜' 틀에 꽉 갇힌 케이뱅크, 우회증자도 새 주주 영입도 난항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9일 국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5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5월 임시국회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광주MBC 라디오의 ‘황동현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볍 개정안 부결을 놓고 “이번 부결사태는 우연히 벌어진 헤프닝이 아니다”며 “많은 논란 속에서 만들었던 법을 또 개정해 특혜를 더 얹어주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대부분 의견”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는 5월 임시국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에 5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21대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지만 총선 결과 여당이 다수인 국회 구도가 깨지지 않는다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어서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184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개정안 통과 의견은 대부분 미래통합당에서 나왔으며 민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9명뿐이다.  

KT는 직접 유상증자를 시도할 수 없게 된다면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방안은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KT 자회사 가운데 한 곳으로 넘긴 뒤 KT 자회사가 유상증자를 주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자회사 우회증자를 승인할 권한을 지닌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 통과를 막아선 여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KT 특혜’라는 프레임에 갇혔다”며 “금융당국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과 형평성을 내세워 우회증자를 승인하기도 다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 아닌 회사의 지분을 5%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넘겼다. 

당초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기려 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손자회사로 지분을 옮긴 것이다. 

KT가 자회사로 케이뱅크 지분을 옮기고 자회사를 통해 우회증자를 하는 것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직접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공정거래법 등 위반 전력이 있는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빼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담고 있다. 

KT가 케이뱅크에 새 주주를 영입할 수도 있지만 최근 저금리로 업황이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탓에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 대규모 투자를 할 만한 회사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2019년 4월부터 일반신용대출 영업을 차례로 중단해 올해 1월부터는 여신상품으로 예적금담보대출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KT가 추진하려고 했던 최소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KT 관계자는 “케이뱅크 다른 주주사들과 논의해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