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이사로 재무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를 내세워 주주총회 표대결 태세를 갖췄다.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로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과 임춘수 마이다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조원태, 한진칼 이사로 재무와 금융전문가 꾸려 주총 표대결 전열 갖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칼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2명을 추천했는데 추천된 사내외 이사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무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가 포진한 것이 두드러진다.

한진칼 사내이사로 추천된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은 1961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자금전략실에서 경력을 쌓아 온 항공재무 전문가다.

하 부사장은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을 거쳐 2019년 11월부터 대한항공의 재무부문 부사장(CFO)을 맡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하 부사장이 한진칼 사내이사로 발탁된 배경을 두고 대한항공 부채비율 관리 등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외이사로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과 임춘수 마이다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추천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영석 원장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데 한국증권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임춘수 대표는 1965년 인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임 대표는 1세대 애널리스트로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고 한국투자증권 GIS그룹장을 지내 금융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재무 및 금융 전문가를 내세운 것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에서 그동안 꾸준히 한진그룹의 재무위기를 들고 나온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칼 이사로 재무와 금융전문가 꾸려 주총 표대결 전열 갖춰

▲ 왼쪽부터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임춘수 마이다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주주연합은 2월에도 강성부 KCGI 대표를 내세워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강 대표는 “해외 항공사와 비교할 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항공의 평균 부채비율은 861.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항공사 가운데 두 번째로 부채비율이 높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부채비율 366%와 비교해도 2.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쥔 2014년 이후 2019년까지 대한항공은 적자 1조7400억 원, 한진칼은 적자 3500억 원을 냈다”며 “총체적 경영실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공세에 대응해 조원태 회장은 재무 전문가를 경영진에 포함해 소액주주들을 설득할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 전문가들도 이번 조원태 회장의 전문가 기용이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바라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진그룹과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나름대로 재무구조 개선을 향한 경영상 조치를 취해왔지만 마일리지 부채나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적절한 시점에 재무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에서 주주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제안한 전자투표를 위한 정관변경안건과 주주연합의 사내이사 추천안건 및 사외이사 추천안건도 심의 의결해 주주연합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단 전자투표는 다음 정기 주주총회 때부터 도입된다.    

이에따라 3월27일 있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각각 전문경영인들을 내세운 조원태 회장 측과 주주연합 사이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은 총 33.45%로 파악된다. 

조원태 회장이 6.52%를 들고 있고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을, 임원 및 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4.15%를, 델타항공이 10%를, 카카오가 1%를 쥐고 있다. 반면 주주연합은 31.98%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 가량을 일반주주들이 들고 있다.  

한진칼 이사 선임안건은 일반결의 사항으로 주주총회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