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올해 철강 가격을 올려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코로나19 탓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게 됐다. 

4일 철강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당분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철강 가격을 올리는 게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코로나19 확산으로 철강 가격 인상 쉽지 않아 실적에 '먹구름'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코로나19 탓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철강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 포스코는 해외에서 철강 공급가격을 올리는 게 힘들어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중국 철강 가격은 세계 철강 가격의 표준가격처럼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철강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면 해외 철강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세계 철강 유통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국 철강회사 및 유통회사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철강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3월 첫째 주 중국 열연 가격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1월 첫째주보다 7.6%, 철근 가격은 13.3% 떨어졌다. 

더욱이 중국 철강 가격 하락은 포스코가 국내 고객사와 협상에서 가격 인상을 밀어붙이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완성차기업과 조선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 철강재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에 수입되는 물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포스코는 고객사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게 힘들 수 있다. 

포스코는 2월부터 국내 완성차기업, 조선사들과 각각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포스코는 더욱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 말고는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철강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축소돼 실적이 나빠진 만큼 올해는 꼭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계획이 어그러지게 됐다. 

포스코는 1월31일 열린 2019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철강 가격 인상 추세에 맞춰 유통 물량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면 포스코가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그 시기가 불투명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일 자정 기준으로 중국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만270명, 사망자는 2981명이라고 발표했다. 3일과 비교해 확진자는 119명, 사망자는 38명이 각각 늘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2020년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포스코가 1분기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321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 1분기보다 54.4% 감소한 수치다.

포스코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2조5860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32.1% 줄었다.

포스코는 실적 발표 보도자료를 내며 “철강부문에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판매가격 하락이 맞물려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