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한다.

신임 사외이사후보들 가운데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눈에 띈다. 여성 사외이사 발탁도 늘어났다.
 
삼성 계열사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현정부 친한 인사와 여성 늘어

▲ 김덕헌 법무법인진성 변호사(왼쪽)와 정병석 전 고용노동부 차관.


4일 삼성 계열사 공시를 살펴보면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삼성그룹도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곳이 많다.

삼성그룹 16개 상장사 중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SDS 등 8곳의 계열사에서 1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새로 추천한 가운데 현재 여권과 관련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삼성SDI는 이번에 사외이사 4명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김덕현 법무법인진성 변호사와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참여정부와 인연이 깊다.

김 변호사는 참여정부 때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단에도 포함됐다. 박 연구원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노사개혁TF팀장을 맡았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삼성물산은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데 이 가운데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참여정부 때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1년 후배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동기다.

삼성증권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참여정부 때 코스닥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이번 정부 들어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에 거명되기도 했다.

삼성SDS는 이번 정부에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을 지낸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다만 삼성그룹 계열사가 현정부 관련 인사 일색으로 사외이사진을 채운 것은 아니다.

삼성전기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금융비서관, 박근혜 정부 때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신규 선임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삼성전자 사외이사 최초로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이 늘어난 점도 주목받는다.

김덕현 변호사(삼성SDI), 제니스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삼성물산), 조승아 서울대 교수(삼성SDS), 여윤경 이화여대 교수(삼성전기), 조현욱 더조은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삼성중공업), 임혜란 서울대 교수(삼성카드), 유니스김 이화여대 교수(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모두 7명의 여성 사외이사후보 추천이 이뤄졌다.

이미 최연자 서울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삼성전기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곳의 계열사는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 3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