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증강현실(AR)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넘어설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콘텐츠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콘텐츠로 꼽히는 증강현실에도 적지 않은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에 더욱 힘주는 애플, 증강현실로 새 성장동력 마련 전력투구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27일 IT매체 맥루머스 및 WCCF테크에 따르면 애플은 고속 무선통신 표준 ‘802.11ay’를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12’ 시리즈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802.11ay는 기존 표준인 ‘802.11ad’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802.11ad는 이론상 최대 7Gbs 수준의 전송속도를 낸다. 반면 802.11ay는 최대 44Gbs를 구현한다.

또 MIMO(다중입출력 안테나) 기술로 데이터 스트림(경로)을 추가하면 최대 176Gbs까지 전송속도를 높일 수 있다.

데이터를 한 번에 얼마나 많이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역폭도 802.11ay가 더 뛰어나다. 802.11ad는 최대 2.16GHz 대역폭을 사용하는데 802.11ay의 대역폭은 MIMO 기술을 통해 8.64GHz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애플이 새로운 통신규격을 도입하는 이유는 증강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증강현실은 스마트폰, 스마트안경, 헤드셋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시야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게임, 군사, 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간단한 수준에 머무른다. 더욱 품질이 높은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빠른 전송속도와 넓은 대역폭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출시를 목표로 증강현실안경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CCF테크는 애플이 아이폰에서 처리한 증강현실 콘텐츠를 증강현실안경으로 전송하는 데 802.11ay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WCCF테크는 “802.11ay는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단거리로 제한되는 대신 대역폭이 넓고 통신 대기시간이 짧아 고해상도 콘텐츠 전송에 적합하다”며 “곧 출시될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강현실은 애플의 콘텐츠산업에 힘을 실어줄 새로운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오랫동안 아이폰을 내세워 모바일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콘텐츠산업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을 대신할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019년 4분기 애플 실적을 보면 아이폰 매출은 259억9천만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와 음악서비스 ‘애플뮤직’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 관련 매출은 2018년 4분기보다 1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인 115억 달러에 이르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은 증강현실을 미래 콘텐츠산업의 핵심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1월20일 마틴 섀너헌 아일랜드 투자청장과 면담에서 “증강현실이 다음 대세(Next big thing)가 될 것”이라며 “증강현실은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증강현실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환경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고 본다.

애플은 애플TV플러스를 기반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자체 콘텐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 구독서비스 ‘애플아케이드’에서도 5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충분한 자체 콘텐츠를 갖추면 증강현실을 만들기 위해 다른 기업의 콘텐츠를 도입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5G통신 등 증강현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도 마련됐다.

애플은 2019년 4월 세계적 반도체기업 퀄컴과 특허소송을 마무리하고 반도체 공급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퀄컴으로부터 성능 좋은 5G모뎀을 확보해 아이폰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