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출시를 앞둔 갤럭시S20을 둘러싼 이통3사의 경쟁 완화에 힘입어 마케팅 비용 절감과 동시에 5G통신 가입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2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예약판매량은 삼성전자의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예약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고무, 갤럭시S20 마케팅비용 줄이고 예약판매량 기대 수준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갤럭시S20 예약판매와 관련해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에 갤럭시노트10, 갤럭시S10 등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SK텔레콤 내부에서는 매우 고무적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초기 공시지원금이 기존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노트10, 갤럭시S10 등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10 예약판매 당시 SK텔레콤이 고객에게 지급한 공시지원금은 최대 42만 원이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10 5G 출시 당시 공시지원금을 최대 22만 원으로 공지했다가 출시 당일 최대 54만6천 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밝힌 갤럭시S20의 최대 공시지원금은 17만 원이다. 전작들과 비슷한 규모로 갤럭시S20이 판매된다고 가정했을 때 공시지원금에 소모되는 마케팅비용이 최대 30%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갤럭시S20을 구매하면 반드시 5G통신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비교해 마케팅비용은 대폭 줄이고 5G통신 가입자는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출시 이후 보조금이 커질 수도 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들 사이에서 지난해 과열경쟁으로 많은 손해를 본 만큼 올해에는 과열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20을 둘러싼 통신사들의 경쟁 완화는 장기적으로 불법보조금 근절을 통한 마케팅비용 절감효과도 낼 수 있다. 

이통3사는 앞서 10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지원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사전예약 기간 공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갤럭시S20 사전예약을 앞두고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위반 행위와 관련된 판매현장 점검, 계도활동 등을 추진할 계획도 세웠다.

불법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유통점에서 고객에게 지급하지만 그 재원은 통신사의 판매지원금(리베이트)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통신사 ‘우회 지원금’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불법지원금이 근절된다면 이동통신사들은 판매지원금 형태로 지출되는 마케팅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된다. 보통 불법지원금이 신기종의 출시 때보다는 출시 이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기승을 부린다는 점을 살피면 장기적으로 통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지원금의 형태는 너무 많기 때문에 모든 불법지원금이 통신사의 판매지원금에서 나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판매지원금과 불법지원금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불법지원금이 줄어든다면 간접적으로 통신사들의 마케팅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0을 둘러싼 통신사들의 과열경쟁이 완화되면서 특히 SK텔레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입자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의 압박도 더욱 크기 때문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무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상을 지키기 위해 2019년 4분기에 많은 비용을 소비했다”며 “5G통신에 기반한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율적 비용 집행을 기대하는 것은 1위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 때문에 2019년 4분기 실적이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나빴다. SK텔레콤은 이 기간에 영업이익 1625억 원을 냈다. 2018년 4분기보다 27.9% 줄었을 뿐 아니라 시장 기대치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이다.

반면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SK텔레콤은 2019년 4분기에 마케팅비용 8522억 원을 지출했는데 2018년 4분기보다 16.2% 늘어난났다.

SK텔레콤은 2019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0년 목표 가운데 하나로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것을 꼽기도 했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일 열린 2019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19년에는 5G통신 도입 초기인 만큼 경쟁이 심했지만 2020년에는 안정화된 시장 질서를 유지하며 비용 효율적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갤럭시S20이 사전예약 단계에 있는 만큼 실제로 SK텔레콤이 갤럭시S20을 통해 마케팅비용은 줄이고 5G통신 가입자는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오프라인매장 방문빈도가 떨어지고 개강·개학의 연기로 ‘신학기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 갤럭시S20의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코로나19가 갤럭시S20의 흥행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