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G전자의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사회', 그 일상 현장을 가다

▲ 22일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1호점 등촌점에 마련된 LG전자의 ‘클로이 셰프봇’이 국수를 원하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LG전자에서 로봇사업을 맡고 있는 노진서 로봇사업센터장 전무가 1월 ‘LG클로이 서브봇’을 실제 매장에 투입하며 한 말이다. 

22일 LG전자가 그리고 있는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사회’를 미리 보기 위해 LG전자의 로봇들이 사람을 도와 일하고 있는 식당에 직접 가봤다. 
 
LG전자가 가장 먼저 시범 운영을 시작한 서비스로봇은 뜨거운 불 앞에서 국수를 만드는 요리사들을 대신하는 ‘클로이 셰프봇’이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1호점 등촌점에서는 LG전자의 클로이 셰프봇이 2019년 11월부터 국수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원하는 국수를 재료 그릇에 담은 뒤 전용 선반에 올려두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셰프봇의 몫이다. 

셰프봇은 그릇을 집어 재료를 삶는 통에 탈탈 털어 넣는다. 재료가 알맞게 삶아지기를 몇 초 정도 기다리면 셰프봇은 다 삶아진 재료를 꺼낸다. 

물기를 섬세하게 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 번 이상 털어 물기가 제거된 국수 재료를 원래의 그릇에 담은 뒤 셰프봇은 손님이 선택한 국물을 한 국자 떠서 그릇에 담는다. 손님은 쌀국수 국물과 마라탕 국물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모든 과정은 1분 남짓이면 끝이 난다. 

로봇 요리사를 본 손님들은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어린이 손님은 “우와~ 엄마~ 이게 뭐야? 로봇이 막 움직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매장의 직원들은 이따금씩 셰프봇을 찾아와 주변 상황을 살피고는 떠났다. 

대부분의 중저가 뷔페에서는 이곳과 달리 매번 요리사가 국수를 삶아줄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삶아진 면과 재료들을 놓아둔다. 아무리 직원들이 신경을 잘 써도 면이 불어 붙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빕스 등촌점에서는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셰프봇 덕분에 방금 삶아진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을 즐길 수 있었다. 
 
[현장] LG전자의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사회', 그 일상 현장을 가다

▲ 22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입구에 부착된 'LG 클로이 서브봇' 운영 안내 포스터. < 비즈니스포스트 >


LG전자는 셰프봇에 이어 LG클로이 서브봇을 1월31일부터 실제 매장에 투입했다.

서브봇은 매장에서 직원들의 서빙을 돕는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을 들어서니 LG클로이 서브봇의 운영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선 매장에서는 LG클로이 서브봇을 볼 수 없었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유아를 동반한 고객들이 많아 다칠 위험이 있어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평일에는 LG전자 소속 엔지니어 한 명이 상주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들을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서비스로봇 상용화를 위한 여러 기능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매장에서는 클로이 서브봇을 운영하기 전에 시험용으로 들여왔다는 투박한 검정색 서브봇이 직원들을 돕고 있었다. 시험용 서브봇은 뜨거운 국수나 한번에 옮기기 어려운 쟁반들을 최소 3개씩 얹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있다.

클로이 서브봇은 모두 4개의 쟁반을 놓을 수 있는 구조이며 얼굴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돼있다. 
 
[현장] LG전자의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사회', 그 일상 현장을 가다

▲ 22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입구에서 시험용 서브봇이 주문된 국수를 나르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관계자는 “클로이 서브봇은 시험용 서브봇보다 훨씬 예쁘고 얼굴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까지 탑재돼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직원들도 뜨거운 국수나 큰 쟁반을 한꺼번에 옮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를 앞세워 서비스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공장이 아닌 식당이나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시장을 겨냥했다. 다른 대기업들이 '산업용로봇'에 집중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 참석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산업용은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업체들을 인수해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 구체적으로 출시계획을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사장이 LG전자의 로봇사업의 방향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으로 내건 만큼 LG전자는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로봇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20년 1월 열린 CES2020에서 클로이 부스를 열고 식당관리서비스 ‘다이닝 솔루션’을 공개했다. 

다이닝 솔루션은 로봇만으로 식당 운영과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된 로봇들이 주문과 결제, 안내 등 접객을 맡고 요리도 주방에 설치된 로봇이 맡는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생활가전의 주요 키워드는 ‘신성장 가전’과 ‘프리미엄화’였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될 것”이라며 “가전의 영역이 전통적 가전제품들을 넘어 로봇까지 포함하는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