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강점 가운데 하나가 전자필기도구인 스타일러스펜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폼팩터로 세계 최초로 출시된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에는 이를 탑재할 수가 없었다. 디스플레이 소재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초박형유리로 접는 스마트폰도 스타일러스펜 열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소재보다 내구성이 강한 초박형유리(UTG)를 적용해 폴더블 패널을 개발함으로써 길이 열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폴더블기기가 점차 대중화하는 가운데 스타일러스펜 사용환경을 원하는 모바일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초박형유리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초박형유리가 스타일러스펜의 적용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초박형유리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패널 시장에서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아직 초박형유리 기술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는 더욱 튼튼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에 초박형유리를 적용했다. 초박형유리는 두께 30㎛ 수준으로 얇게 가공돼 접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하면서도 튼튼하기 때문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의 커버윈도우(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부품) 소재로 사용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초박형유리로 기존 커버윈도우 소재였던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대체하게 된 이유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하는 신제품에서 찾을 수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나올 갤럭시폴드2(가칭)는 전작 7.3인치보다 더욱 큰 8인치 크기에 갤럭시노트처럼 스타일러스펜 ‘S펜’이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은 투명하고 유연해 폴더블 기기에 적합한 소재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톱으로 눌러도 흠집이 날 정도로 긁힘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뾰족한 끄트머리로 디스플레이를 눌러야 하는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화웨이 ‘메이트X’ 등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적용한 기존 폴더블 스마트폰들에 스타일러스펜이 탑재되지 않았던 것도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내구성을 우려한 결과로 파악된다.

반면 초박형유리는 말 그대로 유리인 만큼 상대적으로 스타일러스펜의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다.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다른 단점인 주름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IT매체 GSM아레나는 “스타일러스펜을 지원하는 장치는 초박형유리를 채택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패널시장에서 9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신시장으로 꼽히는 폴더블 올레드 분야에서도 초박형유리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디스플레이기업 BOE 등이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현저히 우위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BOE는 메이트X와 모토로라 레이저에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적용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는데 두 제품 모두 출시 초기 내구성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초박형유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할 때 초박형유리 표면을 덮는 보호필름에 흠집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초박형유리로 접는 스마트폰도 스타일러스펜 열다

▲ 삼성전자 공장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이 생산되고 있다. 갤럭시Z플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초박형유리 패널 '삼성UTG'가 적용됐다.


최근 유튜브 채널 ‘제리릭에브리띵’에는 갤럭시Z플립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을 보면 갤럭시Z플립 디스플레이 보호필름은 모스 경도 2단계에서 흠집이 나고 경도 3단계에서 더 큰 손상을 입었다. 

사람의 손톱이 모스 경도 2.5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보호필름은 디스플레이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됐을 뿐 화면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디스플레이 소재인 보호필름을 자체적으로 교환하기 어려운 만큼 스타일러스펜 환경을 대비해 보호필름 내구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UTG’라는 이름의 초박형유리 상표를 세계 여러 국가에 출원했다고 19일 밝혔다. 갤럭시Z플립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폴더블기기에 삼성UTG 패널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