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아직 출시일도 확정되지 않은 인공지능(AI) 스피커 ‘갤럭시홈미니’를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의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내걸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갤럭시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갤럭시홈미니를 빠르게 확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홈미니를 갤럭시S20 사은품으로 내건 까닭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갤럭시S20 시리즈 사전예약 페이지 갈무리.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출시일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갤럭시홈미니가 갤럭시S20 시리즈의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걸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갤럭시S20 시리즈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글에 “갤럭시S20의 사은품은 갤럭시홈미니를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며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사물인터넷(IoT)로 연결해 쓸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선풍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니 놀랍다”며 “빨리 갤럭시홈미니를 쓰고 싶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갤럭시홈미니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첫번째 인공지능 스피커다.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가 탑재돼 음성으로 사물인터넷이 탑재된 가전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적외선(IR) 리모콘 기능을 지원해 적외선 리모콘으로 작동이 가능한 가전제품들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11월 열린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에서 갤럭시홈미니를 공개하며 사물인터넷이 탑재돼 있지 않은 한일 선풍기를 음성으로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갤럭시홈미니에 “하이 빅스비, 선풍기 켜줘”라고 말하면 선풍기가 켜진다. 삼성전자는 적외선 리모콘 기능을 통하면 출시된 지 8년이 지난 선풍기도 사물인터넷이 탑재된 최신 선풍기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뛰어난 성능의 갤럭시홈미니를 갤럭시S20 시리즈의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내건 것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아마존, 구글, 바이두,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아마존과 구글이 각각 2014년, 2016년부터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출발은 훨씬 늦다.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선두주자인 아마존과 구글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아마존과 구글이 각각 시장점유율 26.2%와 20.3%를 차지하며 1위와 2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의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갤럭시홈미니를 제공하며 빠르게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무선이어폰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진출하며 애플의 '에어팟'을 따라잡기 위해 '기어 아이콘X 2세대'와 '갤럭시버즈' 등 고가의 무선이어폰을 갤럭시S 시리즈의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제공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전략은 성공했다. 아직 점유율 격차는 크지만 삼성전자는 2019년 애플에 이어 세계 고가 무선이어폰시장 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홈미니를 갤럭시S20 사은품으로 내건 까닭

▲ 2019년 11월21일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에서 공개된 '갤럭시홈미니'가 선풍기를 제어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삼성전자는 갤럭시홈미니를 통해 그동안 스마트폰 위주로 국한됐던 갤럭시의 생태계를 다양한 스마트기기와 생활가전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언팩 2020' 행사에서 ‘지능형 연결’을 통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웨어러블, PC 등 수많은 스마트기기의 융합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노 사장이 이야기한 지능형 연결을 위해서는 수많은 스마트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지휘소’ 역할을 하는 갤럭시홈미니가 꼭 필요하다. 

특히 생활 전반에서 이용되는 가전제품에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지휘소 역할을 하는 갤럭시홈미니의 출시는 중요하다고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유미영 삼성전자 소프트웨어개발 상무는 ‘그랑데AI’ 세탁기·건조기 공개행사에서 “빅스비와 관련해서 존재감이 적어졌다고 하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용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갤럭시홈미니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갤럭시홈미니의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사전예약이 26일까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2월 말경 갤럭시홈미니가 공식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홈’을 공개한 바 있지만 시장에 정식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2019년 9월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홈을 소형화한 ‘갤럭시홈미니’의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정식 출시일을 계속 미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