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경남 양산을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총선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지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승부가 될 수 있으나 승리를 거둔다면 총선 뒤 주요 대선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홍준표 오면 더 험지되는 양산을에서 정치생명 건 대결 각오

▲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왼쪽)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13일 홍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요청한 대로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구 정리절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11일에 경남 양산을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데 이어 거듭 양산을 출마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홍 전 대표의 출마 지역구를 놓고 양산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정은 19일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오 위원장은 홍 전 대표 등의 출마 지역구를 결정할 시기를 놓고 “공천 신청자의 면접부터 다하고 결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로서는 현재 지역구인 김포갑을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양산을에 출마한데 더해 자유한국당의 전 대표를 상대로 어려운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 전 지사는 경남의 분위기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에는 함께 당내에서 영남 선거지휘를 맡고 있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 전 지사 등은 공동성명에서 “골목을 누비며 시민을 만나 뵌 결과 저희가 느낀 지역경제의 심각성은 중앙정부와 관료사회가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다”며 “인사를 드리고 명함을 건네도 ‘지금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 선거가 다 무슨 소용이냐’며 차가운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를 살펴봐도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자유한국당에 열세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32.0%, 자유한국당이 44.7%다.

다만 상대인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전 대표로 보수야권의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김 전 지사가 승리를 거둔다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도 클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함께 주요 대선주자로 위상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경남도지사를 지내다 대선 도전을 위해 중도 사퇴한 인물이라는 점은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김 전 지사의 과거 정치행보 가운데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결정으로 꼽히는 도지사 사퇴에 따른 비판 여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양산을 출마를 선언하며 “10년 전 저에게 도지사를 맡겨주셨던 양산시민, 경남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홍 전 대표를 향해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와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좌고우면 하다가 떠밀려서 종로에 출마했는데 홍 전 대표도 편안한 고향 출마를 고수하다가 어려운 수도권 대신 타의적으로 제가 있는 양산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홍 전 대표가 스스로를 대장, 김 전 지사를 병졸로 빗대 “대장은 병졸과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도망 다니는 대장은 병졸한테 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명심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s://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