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올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맞았다.

조선3사는 중국과 일본 조선업의 위기를 틈타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일본 조선업 '흔들', 조선3사 LNG운반선 수주우위 굳힐 기회잡아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선박을 제때 건조해 인도하지 못할 위기상황에 놓였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연구자료를 통해 “인구 이동의 제한과 춘절휴가의 연장으로 중국 조선소들이 노동력과 장비 부족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 인도물량이 줄고 2021년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레이드윈즈 등 조선해운 전문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현재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다롄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 등 조선사들이 발주처에 잇따라 ‘불가항력’을 통보하고 있다. 4~6주의 인도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연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조선업계는 1위와 2위 조선그룹의 합병을 통해 경쟁을 줄이고 액체화물운반선(탱커)과 가스운반선, 가스추진선 등 선박의 수주시장에서 한국 조선3사를 추격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납기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니만큼 한국 조선3사로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만하다. 여러 선박들 가운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와 관련한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LNG운반선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주사들은 '기술 경쟁력'의 한국 조선3사와 '가격 경쟁력'의 중국 조선사들 사이에서 대체로 한국 조선사를 선택한다.

발주시장의 주류가 된 14만5천 m3급 이상의 대형 LNG운반선은 2019년 발주된 63척 가운데 51척을 조선3사가 수주했을 만큼 조선3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력하다.

이는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글래드스톤’이 2018년 6월 엔진 결함으로 해상에서 멈춰선 뒤 폐선이 결정되며 기술 신뢰를 상실한 탓이 크다.

이미 기술적 부족을 드러낸 중국 조선사들이 납기를 지키지 못할 우려까지 준다면 선주사들이 중국 조선업계에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선박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개별 운송계획이 틀어지는 것도 상당한 손해일뿐더러 프로젝트 단위 발주선박의 인도가 지연된다면 자원 개발계획 전체의 진행이 늦어져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조선사들이 '납기 신뢰' 하락은 조선3사를 찾는 선주사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높여준다.

게다가 일본 조선업의 LNG 선박 관련 경쟁력도 나날이 약해지고 있어 조선3사와 LNG운반선 수주를 다툴 경쟁자들이 사라져가는 추세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나가사키조선소의 LNG운반선 건조용 야드를 오시마조선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시마조선은 일반화물선(벌커) 전문 조선소로 이 야드를 일반화물선 건조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1월 이즈미사와 세이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총재가 LNG운반선 건조의 포기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앞으로 여객선 건조에만 집중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LNG운반선 건조 조선소로 꼽혔는데 LNG선박 건조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조선해운그룹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선박 건조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제 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이마바리조선과 기술 제휴를 맺고 이마바리조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일본 조선업이 현재 LNG운반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운반선 149척 가운데 일본 조선소의 건조물량은 소형 LNG운반선 2척 뿐이다.

그러나 일본 조선사들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앞세워 큰 LNG운반선 발주건수들이 나올 때마다 수주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3사로서는 일본 조선업의 쇠퇴는 호재인 셈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글로벌 수주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물량 덕이 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조선업계가 수주한 94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선박 가운데 894만 CGT(94.8%)가 조선3사의 수주분이었으며 이 가운데 LNG운반선의 비중이 46.4%(415만 CGT)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발주가 다가오고 있다. 카타르의 최소 40척 물량이 4~5월 발주되는 것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발주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프로젝트 발주로만 LNG운반선 100척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3사에게 LNG운반선 수주 우위를 굳힐 절회의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