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쾌거 봉준호, 싸이보다는 방탄소년단 길 걷기를 희망한다

▲ 봉준호 감독.

싸이와 방탄소년단.

두 아티스트 모두 한국문화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지속성에서 차이가 났다.

싸이(본명 박재상)씨는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으나 다음 노래까지 흥행하지는 못했다. ‘원 히트 원더’로 끝난 셈이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수 년째 인기를 끌어가고 있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영상 콘텐츠업계에서 싸이의 전철을 따를까 방탄소년단의 길을 걸을까?

10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봉 감독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안으며 아카데미상 역사를 다시 썼다.

이제 봉 감독에게 과제는 그가 시상식에서 언급한 ‘거장’들 만큼 감독으로서 인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싸이씨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어가지 못한 데는 캐릭터를 확고하게 형성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강남스타일의 퍼포먼스는 그저 유행을 탄 것이다.

반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이 방탄소년단 노래뿐 아니라 그룹 자체에 애착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봉 감독 인터뷰는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직설적 화법으로 매력을 노출하고 있다.

봉 감독이 5일 골든글로브에서 한 말은 외신들이 앞다퉈 인용했다. 그는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며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도 이어간다.

봉 감독은 서울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과 영어 영화 한 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영화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드라마로 미국에서 존재감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미국에서 드라마 ‘스노우피어서’로 다시 만들어져 5월부터 미국 채널 TNT이 방영한다.

기생충도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미국 HBO와 논의하고 있다. 모두 봉 감독이 직접 연출자로 참여한다.

봉 감독의 흥행세 장기화는 CJENM이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 드라마 판권 계약들을 이끌었으며 봉 감독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도 CJENM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CJENM은 지난해 9월부터 각국 영화제에 기생충을 출품했다. 봉 감독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영화업계와 대중에 끊임없이 노출하는 것도 CJENM이 기획했다.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CJENM 해외배급팀의 노력에 감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미경 CJENM 부회장도 기생충을 제작할 때부터 개봉 뒤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생충이 작품상을 타고 수상 소감을 말하러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랐으며 허민회 CJENM 대표이사도 이 부회장을 옆에서 부축했다.

봉 감독과 CJENM이 인연을 맺은 지는 20년이 지났다.

CJENM은 봉 감독이 처음으로 낸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 해외배급을 2000년에 맡았다.

플란다스의 개는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CJENM은 2003년 봉 감독을 다시 믿고 ‘살인의 추억’을 배급해 성공을 거뒀다.

봉 감독과 CJENM은 2013년 ‘설국열차’로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CJENM의 투자로 봉 감독은 세계적 거장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CJENM은 한국 문화를 들고 해외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