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투자은행(IB) 진출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초대형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초대형투자은행 경쟁 앞서가, 메리츠종금증권 맹추격

▲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로고.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가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국내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2019년에 거둔 순이익 2799억 원이 반영되면 하나금융투자 자기자본 규모는 올해 3월 말 4조 원을 넘어 초대형투자은행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2019년 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751억 원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투자은행에 진출과 영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투자은행 진출 의지가 강한 만큼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이 되면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신청에 즉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단기금융업 인가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다.

단기금융업 사업자가 되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 발행어음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고 은행의 예·적금 상품보다 금리가 높아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확보에 유리하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단기금융업과 관련해 조직개편, 인력확보 등을 고려한 뒤 신청시기를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누가 먼저 차지할지를 놓고 경쟁자로 꼽히던 신한금융투자가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려 주춤한 사이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투자은행 진출과 단기금융업 인가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가 유리한 상황에 있긴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사로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받는 데 위협적 존재로 떠올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9년 연결기준 순이익 5546억 원으로 최고실적을 냈다. 2014년 3분기 기준 7924억 원에 불과했던 자기자본 규모도 3조984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돼 초대형투자은행 기준인 4조 원 돌파를 눈 앞에 뒀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메리츠종금증권의 주요사업인 부동산금융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사업 위축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시급하다.

자금조달 통로였던 종합금융업 면허도 4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9년부터 기존 종금계좌를 증권계좌로 대체해 종금자산을 줄이는 등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를 대비해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새로운 사업 진출과 자금조달방안 마련을 위해 초대형투자은행 인가와 더불어 단기금융업 진출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투자은행이 되고 금융단기업에 진출하면 높아진 자본력을 기반으로 투자금융과 대체투자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초대형 증권사들과 본격 경쟁에 나설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며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투자은행 진출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3분기에 자기자본이 4조 원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독일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에 얽히면서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과 독일 부동산 파생결합증권과 관련해 상환이 연기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업무와 관련된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신청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역량 등 심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