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가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배경으로 핵심평가지표(KPI)가 꼽힌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계기로 핵심평가지표를 개선하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평가에 쫓기는 은행직원, 제도 고쳐도 금융사고는 제자리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 감사팀은 일부 영업지점 직원들이 오랫동안 거래가 없던 고객의 비밀번호를 무단변경한 사실을 적발했는데 직원들은 KPI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수익’이라는 벽에 부딪쳐 원상 복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 감사팀은 일부 영업지점 직원들이 오랫동안 거래가 없던 고객의 비밀번호를 무단변경한 사실을 적발했는데 직원들은 핵심평가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해 불거진 파생결합펀드 사태의 원인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핵심평가지표가 꼽히기도 했다.

핵심평가지표는 매년 인사평가와 성과급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영업점을 둔 증권사와 보험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대신증권은 영업직원들에게 라임자산운영 펀드를 판매하면 핵심평가지표를 2배로 인정하겠다고 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감에 출석해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원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가 제일 큰 문제”라고 대답했다.

금융권의 핵심평가지표가 문제로 지적된 건 어제오늘의 아니다. 2013~2014년 금융권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각 시중은행들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책을 잇달아 내놓고 핵심성과지표도 뜯어고쳤다.

지금도 당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고객 수익률 비중을 높인 핵심성과지표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24개 평가지표를 10개로 축소해 영업점 부담을 덜어주고 지점별 특성에 맞는 자율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고객 수익률과 고객관리 등 고객 지표의 배점을 대폭 확대해 고객중심 영업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했다.

KEB하나은행은 핵심평가지표에서 차지하는 고객 수익률 비중을 기존 5%에서 10% 이상으로 늘렸다. 또 전국 모든 영업점에 획일적으로 규정한 핵심평가지표를 각 영업점의 업무환경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수익성보다는 고객 수익률과 자산관리 중심의 평가체계를 더욱 강화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효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처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뀐 핵심평가지표에 직원들이 적응을 하고 ‘허점’을 찾아내면 과거와 같은 금융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순이마마진(NIM) 하락으로 은행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시중은행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핵심평가지표를 고치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고치든 근본적으로 은행에서 영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사실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어떤 방식으로 바뀌든 비슷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