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5·18 망언’ 논란을 딛고 강원 춘천에서 3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4일 정치권 관계자들이 말을 종합하면 춘천 한국당 공천에서 김 의원을 위협할만한 공천 경쟁자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말 거친 김진태 한국당 공천경쟁은 우세, 춘천 총선은 낙관 못 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 의원은 춘천에서 두 번 당선된 재선의원으로 3선 이상의 중진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진 물갈이’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5·18 망언 등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201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며 힘을 모아 투쟁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 자체도 부적절했지만 당시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심하게 폄훼하는 말들이 쏟아지며 한국당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비난 연론이 들끓자 한국당은 김 의원을 ‘경고’ 조치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때도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조롱하는 듯한 말을 해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밖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를 두고 '물 좀 세게 해서 어르신이 좀 다친 것'이라고 하거나 세월호 인양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이 때문에 현역의원 3분의 1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을 세운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잇따른 망언으로 당 이미지를 훼손한 것을 문제삼아 김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춘천에서 총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로 꼽히는 만큼 망언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공천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과정에서 잘라 낼 사람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탈락시키겠지만 살려야 할 사람은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해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망언'에 따른 감점에도 다른 평가 항목에 후한 점수를 줘서 공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 공천을 놓고 맞붙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김 의원의 공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춘천에서 한국당 공천을 노리는 인물로 김 의원을 제외하고 최성현 전 강원도의회 의원, 김성식 한국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강대규 변호사 등이 거명된다.

다만 이들은 김 의원과 공천경쟁을 벌이기보다 춘천의 선거구가 두 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김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선거구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출마계획을 세우면서 출마지역을 놓고 사전에 김 의원과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

춘천 인구는 1월 기준으로 28만1468명으로 집계됐는데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상한선을 초과하고 있어 선거구가 두 개로 나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가 거론되는 12명 인물 가운데 가장 높은 후보 적합도를 보였다. 특히 보수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9.7%의 응답을 받아 7.1%의 응답을 받은 2위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이 5·18 망언 논란을 딛고 무사히 한국당 공천을 따내더라도 민주당과 본선 경쟁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지역이 대체로 한국당 지지세가 우세한 편이지만 춘천은 강원 지역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꼽힌다.

'4월 총선 때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춘천지역 유권자의 34.8%는 민주당 후보를, 35.2%는 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당에서는 허영 강원도당위원장과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이 춘천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춘천 선거구가 두 곳으로 나뉘면 허 도당위원장과 육 전 원장이 나뉜 지역구에 각각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도당위원장은 2016년 총선 때 김 의원과 맞붙은 적이 있는데 당시 45.94%의 득표율을 보였다. 50.54%를 얻은 김 의원에게 뒤졌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영 도당위원장은 김 의원과 양자대결을 가정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39.9%의 응답을 받아 39.4%의 응답을 받은 김 의원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이 한국당 공천만 받는다고 여유롭게 3선 고지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민주당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강원지역 총선을 지휘하게 하며 일찌감치 선거진용을 갖춘 것도 김 의원에게는 부담이다. 한국당은 아직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 총선 준비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아직 강원도 지역구를 결정하지 않은 이 전 지사를 향해 “고민하지 말고 춘천에 출마하기 바란다”고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리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도 올해 총선이 2016년 총선 때보다 어려워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빈틈없는 선거전략을 세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 더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의 총선 후보 적합도와 정당지지도 관련 여론조사는 강원일보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9년 10월13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이 지역에 사는 19세 이상 유권자 511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