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일반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진칼 배당 확대방안을 내놓을까?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및 반도그룹과 연대하기로 공식 입장문을 내면서 조원태 회장이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배당 확대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늘Who] 조원태, 한진칼 일반주주 지지 확보 위해 배당확대 꺼낼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은 최근 발표한 공동입장문에서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의 경영방식으로는 재무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을 정상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통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항공업계에서는 세 주주가 3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등기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것을 공식화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이 확실하게 확보한 지분은 본인이 보유한 6.52%와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4.15%, 델타항공 지분 10%로 파악된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을 1% 매수한 카카오를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포함해도 조원태 회장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21.67%에 불과하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1.9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한진칼 지분을 5.31% 들고 있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6.47%를 쥐고 있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들의 의사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설령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선다고 하더라도 조원태 회장은 33.45%를 확보하게 돼 조현아 전 부사장측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상황이라 일반주주의 지지가 필요하다. 주요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지분율은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을 실질적으로 보여줘 일반주주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통상 기업의 배당은 2월에 이사회를 열어 재무제표를 결산하면서 결정하거나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맞서 2019년 2월13일 한진칼의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비전2023’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179억 원을 배당했다. 이는 2018년 실시한 배당금 74억 원에 비해 2.4배 늘어난 수치다.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이 공동입장문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할 것임을 밝힌 만큼 조원태 회장이 이들의 주주제안에 앞서 선제적으로 배당 확대와 관련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 주주총회에 앞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명분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 일정에 비춰볼 때 2월 초에 주주제안이 있을 것으로 보여 조원태 회장이 배당 확대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만간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에서도 배당 확대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이런 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진칼 우선주는 3일 2시 기준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23.11% 오른 8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보다 이익, 이자배당, 잔여재산 분배 등에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된 주식을 말한다. 이처럼 우선주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배당확대를 향한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전문가들도 조원태 회장이 지분 대결구도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어 배당 확대와 관련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바라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KCGI를 비롯한 주요주주들이 공격적으로 연대를 이뤄냄에 따라 조원태 회장은 절박해진 상황”이라며 “일반주주가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인 만큼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원태 회장이 배당확대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개혁방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