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정책에 따라 제로에너지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시공비용이 늘어나는 점은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해 발주처가 이에 합당한 가격을 쳐줄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제로에너지건축 확대에 발맞춰 준비 분주

▲ (왼쪽부터)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


2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 인증 의무화는 2020년 일부 공공기관에 도입된 뒤 2025년 일반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물까지 확대된다. 인증 등급은 모두 5단계로 건설사는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도를 최소 기준인 2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외부 에너지 조달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제로(0)’로 만들어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로에너지건축 인증 의무화는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추세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신축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540만 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많이 조성하는 대형건설사도 제로에너지건축 확대와 관련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7년 3월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획득하고 기계, 설비, 창호 등 분야에서 에너지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은 건설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기술을 융합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통합 시스템이다. 제로에너지건축 인증과 함께 설치가 의무화됐다. 

현대건설은 이 시스템을 2019년 6월 완공한 인천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1차아파트’에 적용했다. 이 단지는 공동주택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 5등급(에너지 자립률 23.37%) 인증을 받았다.

기존 공동주택과 비교해 전기에너지를 50%, 난방에너지를 40%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현대건설 측은 설명했다.

GS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국내 최초로 설계 단계부터 제로에너지건축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지는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국토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됐다.

GS건설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한남더자이헤리티지’단지의 커뮤니티시설을 제로에너지건물로 시공하는 설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재입찰 과정을 밟고 있어 향후 적용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이’ 브랜드의 에너지설비와 관련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의 관련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강원도 춘천의 ‘e편한세상 춘천한숲시티’ 단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IPAZEB)에서 높은 냉난방 에너지 효율을 인정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정부 규제도 커지고 있는 탓에 몇 년 전만큼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는 않다”며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비용 측면에서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이 건설사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공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은 궁극적으로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