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태광실업의 기업공개(IPO) 연기로 올해도 NH투자증권에게 상장주관실적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태광실업과 SK바이오팜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면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실적 1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됐는데 태광실업 상장이 미뤄지며 한국투자증권은 1위에서 한층 멀어졌다.
 
한국투자증권 태광실업 상장연기 아쉬워, 정일문 솜씨는 믿는 구석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실업의 대표주관사를,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의 대표주관사를 각각 맡고 있다.

2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광실업의 상장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실업은 최근 별세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건강문제 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광실업은 지난해 8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뒤 10~11월 실사도 마무리하며 상장을 서두르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태광실업이 사전작업을 충분히 마친 뒤 상장에 나설 것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태광실업 상장을 맡은 증권사들은 태광실업의 기업공개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실업의 상장이 미뤄져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태광실업은 SK바이오팜과 함께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부문 ‘최대어’로 꼽혀왔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5조~6조 원 수준으로, 태광실업의 가치는 4조~5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선 태광실업 상장으로 SK바이오팜 기업공개를 맡은 NH투자증권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쌓은 뒤 NH투자증권과 대등하게 1위를 다투면서 지난해 놓친 1위를 노려볼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태광실업 상장 연기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상장실적이 크게 벌어질 상황에 놓이게 돼 한국투자증권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NH투자증권이 SK바이오팜 상장을 시작으로 올해도 기업공개부문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와 같이 하반기 ‘뒷심’을 발휘해 역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하반기 NH투자증권을 바짝 따라붙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9년 하반기 기업공개 공모규모만 따져보면 한국투자증권 6600억 원. NH투자증권 6300억 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을 앞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는 '대어급' 기업인 CJ헬스케어와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상장주관도 맡고 있다. CJ헬스케어의 기업가치는 약 2조 원으로, 블랭크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기업공개시장에 대어급 기업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공개 전문가'로 꼽히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솜씨'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정 사장은 과거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초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하며 국내 기업공개부문 전문가로 꼽혀왔다.

정 사장은 2010년 공모 규모 4조8천억 원에 이르는 삼성생명 상장을 단 5개월 만에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상장은 보통 1년의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데 삼성생명 상장은 5개월 만에 이뤄지며 특히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카드를 상장할 때는 '기업공개 선진화방안'을 적용해 외국 기관투자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으로선 태광실업의 상장이 미뤄진 게 아쉬울 수 있지만 최근 중견기업의 상장을 많이 맡고 있어 NH투자증권과 비교해 상장주관실적이 크게 뒤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