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선거는 여전히 지역대결, 혼탁불법 줄고 공약홍보 새 바람도

▲ 전국 농협 조합장 대의원들이 1월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지역구도에 따라 결국 판세가 갈렸다.  

이성희 당선인은 강호동 최덕규 후보의 단일화 실패에 따른 경남지역 대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 최종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은 오전 9시부터 대의원 접수가 이뤄지는 본관 1층 로비는 전국에서 올라온 대의원과 지역조합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30분 대강당 문이 닫히며 본격적으로 선거절차가 시작됐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개회를 선언한 뒤 10시50분경부터 후보자들의 정견발표가 이뤄졌다. 몇몇 후보자들은 정견발표 앞뒤로 대의원들에게 큰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1차투표에서는 1위 이성희 후보가 82표를 획득하고 2위 유남영 후보가 69표를 얻는 등 접전이 벌어졌다. 10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만큼 표가 분산됐다. 

결선투표에서는 지역구도를 고려할 때 이성희 후보는 같은 경기지역에서 출마한 여원구 후보의 득표수를 더해 86표를 우선 확보한 것으로 여겨졌다. 전북지역의 유남영 후보는 전남지역의 문병완 후보의 득표수를 더해 82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두 후보자 사이 표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다른 지역 대의원의 표를 얼마나 얻는 지가 중요했다.

특히 경남지역에서 출마한 강호동 후보와 최덕규 후보기 각각 56표와 47표를 얻어 득표수 100표를 넘겼던 만큼 두 지역 대의원들의 표를 누가 더 얻느냐가 관건이었다. 

강호동 후보는 이성희 후보, 유남영 후보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꼽혔는데 같은 경남 지역에서 출마한 최덕규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표가 갈린 것으로 보였다.

결선투표 결과는 이성희 후보에게 기울었다. 이성희 후보가 177표를 얻어 116표를 얻은 유남영 후보를 크게 눌렀다.

김병원 전 회장이 전남출신인 만큼 다른 지역 대의원들이 이번 회장 선거에서는 이 지역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업인 월급제와 농업인 퇴직금 등 농민소득 제고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성희 후보가 대의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선거는 최초로 예비 후보자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에 후보자들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개설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나 동영상을 올려 선거공약을 홍보할 수 있던 점이 지난 선거와 차별화됐다.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나타나던 혼탁·불법 선거 양상도 줄었다.

선거가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는 했지만 김병원 전 회장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불법 시비로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지난 선거와 비교할 때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