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5세.

박연차 회장이 지병인 폐암으로 31일 오후 3시경 숨을 거뒀다고 태광실업그룹이 전했다.
 
'신발업계 거목'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별세, 향년 75세

▲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박 회장은 서울삼성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2019년 말까지도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며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 신발업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맨손으로 국내 신발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어낸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박 회장은 1945년 11월 밀양시 산골짜기에서 5남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1966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자원입대해 1968년까지 복무했다.

그 뒤 1971년 신발부품회사 정일산업을 창업해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1980년에는 회사 이름을 태광실업으로 바꾸고 50여년을 그룹 경영에 힘을 쏟았다.

박 회장은 평소 “돈을 쫓는 것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며 ‘신뢰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사업 초창기 경영난에 따른 부도위기 등을 수차례 겪고도 과감한 투자와 해외진출로 태광실업을 키워냈다.

태광실업은 1987년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격적 성장을 시작했고 1994년 신발회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박 회장은 2000년 베트남 명예영사로 취임해 2003년 베트남 직항로 개설 등에 힘을 보태며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했다.

박 회장은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하며 태광실업의 사업영역을 신발에서 더욱 넓혔다.

2008년에는 태광파워홀딩스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일렘테크놀러지, 2014년 정산애강을 인수하면서 태광실업을 화학, 소재, 전력, 레저 등 사업부문에서 15개 법인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태광실업그룹은 2019년 매출 3조8천억 원을 냈고 임직원 수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박 회장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도 관심을 쏟았다.

태광실업그룹은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장학사업을 펼쳤고 현재까지 사회복지, 의료, 문화, 스포츠사업 등에 6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전달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도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사업과 관련해 정치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08년 구속됐다. ‘박연차 게이트’로 불린 이 사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등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박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태광실업그룹은 “유족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거절하기로 했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