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을 놓고 반도그룹과 KCGI와 연대할 수 있을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반도그룹과 KCGI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설 3자 연대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17일 항공업계의 시선이 몰린다.
 
조현아, '동상이몽' KCGI  반도건설과 한진그룹 경영권 연대 가능할까

▲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와 반도그룹 측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KCG와 반도건설은 회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이 한진칼 주총에 영향을 미칠 대주주들과 만났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들이 실제 연대할 가능성은 적다고 바라보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그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대할 명분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KCGI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적 경영을 주장해왔던 터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게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명분을 바로 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사업을 정리하고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19년 9월 KCGI의 유튜브 채널에서 “글로벌 항공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 안쪽인데 대한항공은 상반기 기준 900%에 가깝다”며 “원인은 대부분 쓸데없는 호텔부지 등 유휴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미래 모습은 종합 물류기업이어야 한다”며 “호텔이나 부동산쪽 과도한 자산은 덜어내고 운송 전문기업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경영에 애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에 복귀하면 호텔사업을 맡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KCGI와 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도그룹과 공동의 합의점을 내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도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렸다고 밝히며 지분취득 목적을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그룹이 단순히 캐스팅보트로서 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은 지분확대 목적이 기존처럼 투자목적이었다고 해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투자목적을 변경했다고 공시한 것은 한진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주주제안권 등 권리를 독자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반도그룹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도그룹 임원이 만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실제 3자 연대보다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을 6.49%를 들고 있고 KCGI는 17.29%, 반도그룹은 8.28%를 각각 쥐고 있다. 세 지분을 합하면 32.06%가 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등기이사 선임을 좌우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점을 부각해 조원태 회장 쪽과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설령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도그룹과 KCGI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이혼소송과 상속세 납부 문제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조현아 전 부사장 쪽에서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사건 이후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하면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결국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주로서 배당확대를 제시하며 반도그룹 및 KCGI와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0년 10월 성형외과 전문의인 박모 씨와 결혼했으나 2017년 중순부터 별거했고 2018년 4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하면서 국가에 내야할 상속세도 해결해야 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 주요 주주들이 만났다고 하더라도 연대가 실제 성립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주총회 안건을 결정할 공식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이뤄지게 되므로 그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