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고객에 판매한 펀드상품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환매 중단사태에 연루되면서 신한은행도 이번 사태의 영향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신한은행은 아직 직접적 피해를 보지 않았고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고객에게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신한은행도 '라임자산운용 태풍권'에, 고객돈 2700억 묶일까 불안

▲ 신한은행 기업로고.


17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고객에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은 4월에서 8월 사이 만기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신한은행을 통해 판매한 약 2700억 원 규모 펀드의 환매가 만기일보다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미 환매 중단상태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도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도 사실상 환매중단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일부 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중단을 발표했을 때 이 상품을 판매한 규모가 크지 않아 이번 사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은행이 파생상품 손실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상품 검증체계를 구축해 위험이 예상되는 펀드상품 취급을 자제하면서 '무풍지대'에 남을 수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약 20~30%의 자금을 환매중단이 결정된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한은행이 예기치 못한 악재에 휘말리게 됐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을 계약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투자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펀드 자금을 동의 없이 해당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것은 계약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신한은행의 라임자산운용 상품 판매는 다른 사례와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금융회사는 환매가 중단된 펀드상품을 직접 대규모로 판매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반면 신한은행은 다른 펀드를 팔았음에도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 환매가 실제로 중단된다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법정공방이 벌어지겠지만 일차적 피해는 결국 신한은행에서 펀드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

라임자산운용이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2700억 원에 이르는 고객자산의 발이 묶인다면 도의적 책임과 관련한 화살은 신한은행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발표한 무역금융펀드도 약 20명의 고객에게 직접 판매해 55억 원 수준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판매액은 적은 수준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기 때문에 신한은행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에 개별적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동시에 환매 중단 펀드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공동대응단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영향을 받아 이중고를 겪게 될 위기에 놓인 만큼 법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2700억 원 규모의 펀드상품은 만기가 돌아오기 전까지 환매시기가 얼마나 늦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만기일이 되는 4월부터 소비자 피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한은행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해 피해 여부와 범위를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준비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와 같이 환매중단 펀드와 관련 없는 자산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펀드는 환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도 정상적으로 환매가 진행된다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의 영향권에서 다시 벗어날 여지도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선 해당 펀드의 만기가 다가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여러 방향의 대응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