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전기차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기업과 손잡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6일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기업 어라이벌에 129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도시에 특화한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과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투자 및 전기차 공동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는 “클린 모빌리티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개발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가격의 친환경 상용 전기차를 유럽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상용 전기차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라이벌은 밴과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기업으로 2015년 설립됐다. 영국에 본사가 있으며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다.

어라이벌의 강점은 모듈화 구조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에 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표준화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이용 목적에 따라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된 자동차 상부를 조립하는 ‘레고 블록’과 같은 단순화한 제조 방식이다.

이를 전기차 개발에 도입하면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구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여러 차종에 공유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별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한 맞춤형 차량을 제작할 수 있어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어라이벌은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화물 운송용 밴을 유럽의 여러 물류기업들에 공급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8천만 유로, 2천만 유로를 어라이벌에 투자하기로 했다.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대규모 양산차 개발역량을 어라이벌의 플랫폼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밝힌 미래 모빌리티 비전 가운데 하나인 목적기반모빌리티(PBV)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어라이벌과 협력은 유럽 친환경 상용차시장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을 가속화하게 됐다는 의미도 지닌다”고 설명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유럽은 환경규제 확대에 따라 친환경차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 되는 시장”이라며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개발을 통해 유럽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친환경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스베르도르프 CEO는 “어라이벌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전기차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번 전략적 협업은 우리가 세계에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