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일감을 늘릴 기회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고도화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생산하기 적합한 미세공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체적으로 이미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의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기회 봐, 기술유출 불안 씻어줘야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파운드리 일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공지능 반도체 최종 승자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최대 수혜 기업은 이를 양산하는 파운드리”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을 통해 데이터 연산을 효율화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신경망처리장치(N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나뉜다. 

최근 빅데이터 처리,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고도의 데이터 연산을 요구하는 첨단기술들이 상용화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의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시장은 2018년 57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24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바라본 2023년 파운드리시장 규모 981억 달러의 25%에 이르는 수준이다. 인공지능 반도체가 전체 파운드리 일감의 4분의 1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점차 늘어나는 인공지능 반도체 일감을 수주하기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기술동향브리프-인공지능(반도체)’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는 학습·추론 등 인공지능 구현에 요구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반도체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성능·저전력 기술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려면 팹리스의 설계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고도화한 미세공정을 갖춘 파운드리가 필수적인데 현재 7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가 애플과 퀄컴, AMD 등 대형 팹리스의 일감을 소화하느라 바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반도체 팹리스들의 눈길이 삼성전자로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히는 ‘기술 유출 우려’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미래 주력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2019년 6월 NPU사업 설명회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인공지능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에는 자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AP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결국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뢰하는 쪽에서는 경쟁기업에 제품 설계도 등을 맡기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가 서로 독립된 회사나 마찬가지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에 인공지능 반도체 등 위탁생산을 맡겨도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이를 들여다보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 유출 우려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2017년 팹리스부문(현재 시스템LSI사업부)과 파운드리부문으로 나뉜 뒤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시스템LSI사업부 체계에서는 외부 팹리스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길 때 기술유출 우려가 제기됐다”며 “하지만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고객사 확보가 유리해졌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중국 IT기업 바이두로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양산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