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약 기술수출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이은 기술수출 반환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Who] 권세창, 한미약품 '기회의 땅' JP모건 콘퍼런스에 서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13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과 권세창 사장은 13~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권 사장은 15일 한미약품의 2020년 연구개발(R%D) 전략,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의 혁신신약 개발현황을 직접 발표한다.

권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7년부터 매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해 직접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알리고 기술수출 논의 등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중요한 행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한미약품 덕분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이 행사를 통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접촉해 약물지속형 기술이 적용된 ‘퀀텀프로젝트’를 약 5조 원에 기술수출하며 국내 제약업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그 뒤 2018년 유한양행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을 소개한 뒤 1조4천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권 사장은 이번에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트리플 어고니스트’ 등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미국에서 지방간 환자를 대상으로 트리플 어고니스트의 임상1b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이란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중성지방이 축적돼 간세포가 괴사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어 트리플 어고니스트는 조 단위의 기술수출도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로 평가받고 있다.

권 사장은 트리플 어고니스트의 임상1b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기술수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리플 어고니스트의 임상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기술수출(메가 딜)’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약품이 다시 한 번 연구개발(R&D) 저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도 기술수출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전임상 단계에서 에너지 대사량을 늘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기술수출은 한미약품이 신약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1544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3분기 누적 매출의 약 20%로 국내 10대 제약사 가운데 규모나 비중 모두 가장 높다. 하지만 지난해 연이은 기술수출 반환으로 기술료 수입이 줄어들며 연구개발 비용은 차입금 부담으로 돌아왔다.

한미약품의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9월 말 기준 7534억 원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39%에 이른다.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은 2017년 107억 원에서 2018년 121억 원, 2019년 상반기 121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은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30여 개에 이르는 신약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차입금 비중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저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된다”며 “2020년은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이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한 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