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통합 나서는 안철수, 호남 기반 대안신당과 연대 쉽지 않아

▲ 9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공개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영상메시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4월 총선을 계기로 제3지대 정치세력을 규합해 차기 대선주자로 재기를 꿈꾸지만 대안신당 등 호남 정치세력과 연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귀국 전에 잇달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3지대 통합을 향한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측근 인사들을 통해 정계복귀의 밑바탕을 다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2일 열린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전을 통해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말했던 호남의 대표 정치인”이라며 "지역주의에 안주하지 않고 동서화합과 국민통합, 평화통일의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추켜세웠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에 속하는 박주선 의원은 안철수계와는 정치색이 다른 호남계로 분류된다.

안 전 대표는 올해 들어 바른미래당에 신년 인사와 영상 메시지 등을 전한 데 이어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에도 손을 내밀며 기존에 몸담았던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통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다음 대선주자까지 꿈꾸는데 제3지대의 기존 정치세력을 끌어들여 힘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제3지대 정치세력으로는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호남 기반 정당들이 꼽힌다. 이들은 거대 양당 중심 정치의 대안으로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호남 기반 정당들은 과거 안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으로 함께 활동한 이력도 있는데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데 반대하며 안 전 대표와 결별했다. 과거 바른정당계가 바른미래당을 나와 보수통합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과거 국민의당을 구성했던 정치세력이 다시 힘을 합칠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대안신당 등 호남 정치세력 사이 간극이 커 통합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안신당은 12일 창당대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창당절차를 마무리하고 제3지대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갖췄지만 안 전 대표와 연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대한신당 창당대회에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무소속 의원들과 공식적으로 대화를 할 것”이라면 제3지대 통합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최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 지향점과 정치능력을 두고 국민들이 의구심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통합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의 영향력은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깎아 내리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 최도식 전 비서실장은 박 의원의 발언을 두고 “노 정치인의 소일거리라 생각해 가만히 있었지만 지나치다”며 “그만 은퇴하고 전문방송인으로 나서시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제3지대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중도개혁세력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 쪽과 대안신당 등 기존 호남 정치세력이 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념적 차이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둘 다 ‘중도개혁’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안 전 대표 측이 다소 보수적 색채를 띠는 데 반해 대안신당 등은 전통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치적 뿌리로 여기며 진보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안 전 대표를 놓고 ‘본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고 수차례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대안신당 등이 총선에서 호남 지역 의석을 얻는 데 안 전 대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2016년과 달리 올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과거 국민의당 대표 시절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주요 정치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호남에서 비호감도는 69%로 호감도 16%보다 훨씬 높았다.

이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2019년 12월10일부터 12월12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652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적으로 1001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https://www.gallup.co.kr/)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당에서 파생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이 총선 이후 정국에서 영향력을 얻기 위해 민주당과 경쟁해 호남지역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남 지지율이 낮은 안 전 대표가 간판으로 나서게 되는 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현재 제3지대 통합과 관련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안 전 대표에 부정적인 대안신당 안에서도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전 대표와도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할 준비가 돼있다”며 제3지대 통합을 더 확대할 의지를 보인 적도 있다.

유성엽 위원장은 12일 바른미래당에 공식적으로 합당을 제안했지만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손학규 대표와 달리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은 대안신당과 합당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