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진출에 속도를 낼까?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서두를 가능성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자본 '4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 앞당길까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하나금융투자가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보다 먼저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다면 발행어음사업에도 먼저 진출하게 되는 만큼 투자금융(IB)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계획을 애초에 세워둔 것보다 앞당길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진출할 증권사로 꼽힌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이 차질을 빚는 사이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사업에도 이들보다 먼저 뛰어들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가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투자금융사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발행어음사업자가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하는 증권사가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빨리 지정될수록 좋다”며 “하나금융투자는 내실을 다져가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올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휘말리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우리은행 등과 함께 부실펀드의 징후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9월 말 자기자본을 4조2320억 원까지 늘리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위한 준비를 마쳐놨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 탓에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실적 악화로 자기자본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 4조 원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4월 종합금융 면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 강화로 메리츠증권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의 2019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6616억 원으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위해서는 3500억 원가량을 늘려야 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요건만 맞추면 사실상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위한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미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을 목표로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IB(투자금융)그룹을 IB 1그룹과 IB 2그룹으로 나눠 IB 1그룹은 KEB하나은행과 투자금융 시너지를 강화하고 IB 2그룹은 대체투자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며 투자금융 강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하나금융투자의 2019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4396억 원으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신청을 위해 약 5천억 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부문 강화에 힘쓰고 있는 데다 올해 은행업황 악화로 KEB하나은행의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은 하나금융투자에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을 무리하게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