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곧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면서 현대자동차의 기업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3일 “2013년 세계 IT·가전전시회(CES)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낙관적 발전론’이 지지를 받아왔지만 2019년부터 자율주행차 상용화시점이 예상보다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며 “이는 현대차를 포함해 자율주행 관련 업종들의 기업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 계속 미뤄져 현대차 기업가치 부담 커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6일 오전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릴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현대차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주행차 상용화시점이 늦춰지면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에 맞먹는 수익을 내는 시점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이익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투자비용 지출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악화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비용 부담을 부각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 시간과 비용을 확대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김 연구원은 완성차기업들이 자율주행차로 중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도 “새 모빌리티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려면 투자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 

현대차가 기업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새 모빌리티시대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을 투자자들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차는 2019년 9월 세계 자율주행 4위 기업인 앱티브와 40억 달러(약 4조6천억 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세우며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시장의 예측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향한 회의적 시선도 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세계 완성차기업들은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음에도 이들이 2020 CES에서 보여준 자율주행 전략 및 미래구상은 2013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세계 완성차기업들은 2013년 CES에서 처음 자율주행 기술이 공개되고 같은 해 로렌스 번 콜롬비아 대학 교수가 자율주행 기술의 경제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논문을 낸 데 영향을 받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본격 뛰어들어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다.  

더욱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비용과 시간 투자 대비해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고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술개발 선봉에 선 세계 자율주행기업들조차 자율주행차 상용화시점을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GM(제너럴모터스)는 2019년까지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을 세웠으나 안전성 문제로 시점을 늦췄다. 구글의 웨이모는 2019년 말까지 2천 마일(약 3200km)에 이르는 도로주행 누적거리를 달성하는 등 데이터 축적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은 현재로선 제한된 상황 속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자율주행 종합 기술 순위는 구글의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 포드의 아르고, 앱티브 등 순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