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소주’로 불리던 제주소주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제주소주에 500억 원 넘게 투자했지만 제수소주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는 앞으로 제주도의 ‘향토색’을 더욱 강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정용진 소주' 제주소주에 500억 넣어도 실적부진해 시름

▲ 제주소주 '푸른밤'과 '푸른밤 지픈맛'.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소주는 2016년 12월 이마트에 인수되면서 소주시장에 변화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이후 꾸준히 적자만 내면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3년 동안 제주소주에 투자한 금액은 500억 원을 넘는다.

이마트는 190억 원에 제주소주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그 뒤 소주 생산설비 확충 및 마케팅 비용 등에 사용할 32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소주는 2017년 매출 12억 원에서 2018년 매출 43억 원으로 크게 불었지만 이와 반대로 손실폭은 늘어나고 있다.

손실폭을 살펴보면 2017년 65억 원, 2018년 129억 원 등이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순손실 94억 원을 봤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소주 제품 이름을 ‘푸른밤’으로 바꾸고 출시 4개월 만에 300만 병 이상 팔면서 안정권에 접어드는 듯 했지만 초반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제주소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곳으로 인수 당시부터 ‘정용진 소주’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정 부회장의 주요 신사업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신세계L&B를 세우면서 정 부회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와인과 수제맥주 등을 다루고 있다.

정 부회장은 여기에 제주소주를 인수해 주류 라인업을 모두 갖추겠다고 의지를 보였고 이마트 내부의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인수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마트와 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하면 전국구 소주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주소주 ‘푸른밤’의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소주시장은 업소용시장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가정용시장보다 훨씬 큰 데 제주소주는 유흥주점과 일반음식점 등 업소용시장에서 별다른 인지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와 연관되는 소주로는 이미 제주 향토기업인 한라산의 한라산소주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제주소주의 ‘푸른밤’을 찾는 손님은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거의 찾기 힘들다.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이 많은 수도권 지역 동네마트 및 편의점에서 노출되는 빈도 수도 크게 낮다.

제주소주가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와 같은 전국구 주류업체는 물론 부산·경남의 무학, 광주·전남의 보해양조 등 대표적 지역소주와 비교해 후발주자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및 진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전국구 주류업체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제주소주에게 쉽지 않은 영업환경을 만들고 있다.

무학이나 보해양조 등 지역소주업체들은 2018년부터 적자를 보기 시작하자 기존에 추진하던 수도권 진출보다는 ‘집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제주소주는 잡을 ‘집토끼’조차 마땅치않다.

제주소주는 당장 업소용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만큼 유통망을 갖추지 않은 만큼 일단 제주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10월 기존의 낮은 도수 ‘짧은 밤(16.9도)’, ‘긴밤(20.1도)’ 2종류를 ‘푸른밤(16.9도)’ ‘푸른밤 지픈맛(20도)’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리뉴얼을 실시했다. 지픈은 깊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신세계그룹 유통채널이 아닌 외부 유통채널 비중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높여가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사업에서 후발주자는 자체적 브랜드 입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마트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여력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