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선, 전주, 산불 예방장치 등 전력설비의 불량상태를 방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은 9일 ‘전력공급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전력 전력설비 불량 방치 심각, 감사원 사장에게 개선 요구

▲ 2019년 4월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산불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불길과 연기를 피해 차량 뒤에서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2019년 6월17일부터 7월26일까지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력공급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한국전력은 전선을 전주에 매다는 고정장치인 ‘클램프’의 결함 유무를 확인하도록 내부 지침을 세웠지만 구체적으로 방법은 정하지 않아 나사 조임 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 속초지사가 2019년 4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배전선로 특별점검 사진을 감사원이 분석한 결과 클램프에 결함이 있는 전주가 최소 16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2019년 9월 해당 16개 전주 가운데 8개를 임의로 선정해 다시 점검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8개 전주 모두 클램프 불량이었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사장에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볼트조임형 인장클램프와 관련해 체결상태와 유지력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된 클램프는 교체 또는 보수·보강하라”며 “앞으로 배전선로 시공 및 유지·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한다”고 통보했다.

한국전력은 산불 위험시기에 배전선로의 사고 예방조치도 부적정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은 새가 날아와도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폐로 장치를 설치해 운영하는데 한국전력 전국 지역본부는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최근 3년 동안 산불위험지수가 높아져도 재폐로를 제대로 운영한 비율이 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사장은 산불 위험시기의 재폐로 운영 방침을 조속히 수립하고 전력 공급시설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라”며 “산불위험지수에 따른 배전선로 운전기준을 임의로 따르지 않은 관련자에게 주의 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와함께 한국전력은 불량 주상변압기를 납품검사 때 합격으로 처리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상변압기는 고압 전기를 가정용 220V로 낮춰주는 장치로 온도상승시험에서 기준값에 맞아야 납품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2019년 3월부터 5월까지 145대 주상변압기의 온도상승값이 기준을 넘었는데도 ‘합격’으로 판정했다.

감사원은 “한국전력 사장에게 주상변압기 납품승인검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을 문책하고 온도 상승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상변압기 145대를 제작사에서 다시 납품하도록 하라”며 “앞으로 납품승인검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전력의 배전 자동화시스템도 고장이 아닌데도 알람이 울리는 등 오류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전 자동화시스템은 2018년에 알람을 1만7336건 울렸지만 실제 고장이었던 사례는 123건으로 0.7%에 불과했다. 반대로 실제 고장사례 146건 가운데 16%에 이르는 23건에는 알람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한국전력의 전기공사 안전사고 처리 태만,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공사 하도급 관리의 부적정, 자격 없는 자의 전기공사 책임감리 임명 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