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출신 신재원 "하늘 나는 운송수단에서 현대차는 승산 있다"

▲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사업부 담당 부사장이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 담당 부사장이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 ‘개인용 비행체(PAV)'시장에서 현대차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시장규모가 향후 급속도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대규모 양산체제를 지닌 현대차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심항공모빌리티는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현대차에게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현대차가 전했다.

신 부사장은 개인용 비행체를 항공기와 자동차 중간에 위치한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제품 특성상 고도의 기술이 집약됐지만 이용빈도가 많아 자동차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 부사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가 상용화하면 대도시에서 매일 수백 번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항공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전동화와 빅데이터, 내비게이션, 위치감지 등 기술은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만큼 완성차 브랜드가 더욱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인용해 2040년까지 개인용 비행체에 기반한 항공모빌리티시장 규모가 1조5천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 제품 공급을 위해 대량 생산이 필수적이다. 항공기 제조기업보다 완성차기업의 대응력이 더욱 높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신 부사장은 “보잉은 항공기를 한 달에 60대 정도 밖에 못 만들지만 현대차는 대량생산체제를 지니고 있다”며 “이는 항공모빌리티 시장이 커질수록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완성차 경쟁기업인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2년 전에 도심용 비행체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협력이 잘 안되고 있다”며 “현대차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2025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도심 항공모빌리티를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개인용 비행체 개발과 항공 서비스 분야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7일 개막한 CES에서 글로벌 차량공유기업 우버와 도심 항공모빌리티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협약도 맺었다.

신 부사장은 도심 항공모빌리티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정부 차원의 다양한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행체를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며 기존 항법 시스템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항법체계도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신 부사장은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규제를 어떻게 수정·보완해 제도로 만들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가 2019년 9월 말에 출범한 UAM사업부를 맡기로 결심한 소회도 내놓았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혁신 의지에 공감했고 조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UAM사업을 맡게 됐다”며 “현재 30명 정도 참여했는데 인재를 더 영입하고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우주항공분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 항공우주 전문가다. 현대차는 2019년 9월 도심항공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신 부사장을 영입했다.

1959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넘어가 캘리포니아주립대 기계공학과 석사를 거쳐 버지니아공대에서 기계공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미국 항공우주국 글렌리서치센터에 입사했으며 항공안전기술개발실 실장, 항공연구본부 본부장, 워싱턴본부 항공연구총괄본부 부본부장과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입사 19년 만인 2008년 동양인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 최고위직인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해 플라잉카(flying car)와 무인항공시스템, 초음속 비행기 등 신개념 미래항공 연구와 전략방향을 설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항공우주국 활동 이외에도 2008~2014년에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항공과학기술분과위원회 공동위원장을, 2014~2015년에는 국제항공연구포럼(IFAR)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은 미국 연방정부 고위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상 가운데 최고의 상인 미국 대통령상을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 수상했다. 미국항공우주학회와 영국왕립항공학회의 석좌회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