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답답한 문재인, 남북관계 직접 물꼬 틀 의지 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 중앙로비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사이 비핵화협상 과정을 지켜보던 지난해 기조와 달리 올해 대북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경제’와 ‘평화’ 두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경제와 평화는 각각 17차례 언급됐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제가 35회, 평화가 13회 사용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의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평화는 모두 ‘한반도 평화’ 등 북한과 관련된 부분에서 사용됐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남북’이 14회, ‘북미’가 6회, ‘북한’이 5회 사용되는 등 관련 단어의 사용 빈도도 늘었다.

올해 신년사에 대북정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는 지난해 대북정책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아쉬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전 지난해 성과를 언급했으나 대북정책에서 만큼은 “지난 1년 동안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국과 별도로 독자적 움직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협력내용으로는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및 스포츠 교류 확대,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현재 남한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북한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서 미국을 향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남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를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이 문 대통령에 가장 불만을 보이는 부분은 미국과 별도로 적극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12월27일 '송년의 언덕에서 되새겨보는 진리'라는 기사에서 “올해 정초 남조선 당국은 남북관계 발전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넓은 도량으로 통이 큰 제안들을 내놓은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아량에 대해 '미국의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고 하면서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구걸하는 데만 급급하였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북한의 불만사항을 인지하고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 지난해 남북관계를 놓고 “북미대화가 본격화 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어쨌든 남한을 비난하지 않아 유보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과 대남매체와는 달리 대내매체에서는 남한을 향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제안 가운데 접경지역 협력은 지난해 연말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생태환경 보호 등을 주제로 언급된 내용이기도 하다.

반면 북한이 남한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나 한미훈련 중단 등 북한의 체제보장 관련 내용이라는 점에서 당장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문 대통령은 올해 북한을 향해 적극적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놓고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를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되짚어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