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중동지역 분쟁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7일 “국내 건설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때 중동 대부분의 진행공사 현장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중동 분쟁으로 수주 악재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이란은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에 따른 대응 조치로 미국을 향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는데 가능한 조치로 페르시아만 인근의 원유시설 타격, 원유 수송관 타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의 좁은 바다로 페르시아만에서 나온 석유가 이동하는 유일한 바닷길로 중요성을 지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 등 중동 대부분 나라가 석유 등 물류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백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과 이란 분쟁 때 수차례 거론된 바 있으나 실제 봉쇄로 이어진 적은 없다”며 “다만 실제로 막힌다면 국내 건설사는 최대 해외 발주처인 중동 국가 진행공사 조달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르시아만 인접에서 가장 많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파악됐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프로젝트, 쿠웨이트 알주르 항만공사 등 페르시아만 인접 지역에서 5조 원에 육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관련 지역에서 3조3천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해 현대건설의 뒤를 이었다.

대우건설과 GS건설도 관련 지역에서 각각 9500억 원, 8200억 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지니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은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중동국가의 발주확대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백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분쟁은 국내 건설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태에 따라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올라 산유국(발주처) 재정 개선에 영향을 준다면 과거 2000년대처럼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이라크 전쟁 등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이는 이후 중동지역 발주 확대의 원동력이 됐다.

백 연구원은 “현재의 위기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건설업종을 향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