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어느 해보다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해에도 이어질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새로운 사업과 시장에 도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020년 경영의 화두가 될 여러 키워드로 재계에 불어닥칠 변화의 바람을 미리 짚어 본다. <편집자 주>

[1] 신남방정책
[2] 새로운 도전
[3] 디지털 전환
[4] 스마트 금융
[5] 공기업 부채  

 
[신년기획] 허태수, 외부에서 GS그룹에 심을 디지털 DNA 찾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GS그룹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GS그룹이 정유와 에너지, 건설 등 디지털과 상당히 동떨어진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기 때문에 허 회장은 2020년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외부로 시야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설립을 주도한 GS그룹의 그룹펀드와 미국 벤처투자법인을 주목하고 있다.

허 회장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주력사업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룹 내부에서 디지털 DNA를 찾기보다 외부에서 이식해오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GS그룹은 지난해 10월 그룹 지주사 GS를 중심으로 GS에너지, GS리테일, GS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의 자금력을 응집해 펀드를 조성했다. 같은 달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결정도 내렸는데 올해 상반기 안에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허 회장은 이 펀드와 투자법인을 기반으로 그룹의 디지털 전환에 촉매가 되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이식해 온 디지털 역량을 그룹에 퍼뜨리기 위한 무대도 이미 준비돼 있다. 그룹의 정유계열사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2018년 그룹 전체 매출의 52.3%를 혼자 거둔 GS그룹의 최고 핵심 계열사다. 그러나 2019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 줄어드는 등 정유업황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신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주유소 활용사업이 허 회장의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속도가 붙을 수 있다.

GS칼텍스는 ‘미래형 복합 모빌리티센터’로 주유소를 탈바꿈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빌리티센터는 휘발유차, 경유차, LPG(액화석유가스)차, 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종류의 차량을 충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킥보드와 같은 경량 이동수단까지 섭렵한다. 택시 등 대중교통과 차량공유서비스의 거점지 역할도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모빌리티회사인 KST모빌리티나 모바일 전기차 플랫폼회사인 소프트베리 등 외부 플랫폼 스타트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추구하는 미래형 복합 모빌리티센터가 단순히 연료 충전소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인공지능(AI)나 정보통신기술(ICT), 온라인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필요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술적 측면은 GS그룹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아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허 회장이 외부에서 성장동력을 찾아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신년사를 구체화하기에 GS칼텍스는 딱 들어맞는 시험대인 셈이다.

허 회장은 GS홈쇼핑을 이끌던 시기에 이미 GS그룹의 오너경영인들 가운데 외부투자에 가장 발빠르게 접근하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2010년대 초부터 GS홈쇼핑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주시하고 빠른 투자를 진행해왔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전체 금액이 3천억 원을 넘고 갯수로는 500개에 이르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GS홈쇼핑인지 GS인베스트(GS투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디지털 감각을 통해 허 회장은 과거 TV부문에 의존하던 GS홈쇼핑의 체질을 모바일커머스로 개선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4년 7천억 원에 불과했던 GS홈쇼핑의 모바일쇼핑 취급액은 2018년 2조 원까지 늘어났다.

허 회장은 평소 “초경쟁시대를 이겨낼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세밀하고 빠르게 파악하느냐에서 나온다”며 “디지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그룹은 지금 그룹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접목이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허 회장의 디지털 역량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허창수 전임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총수 자리를 허 회장에게 넘기며 “디지털 혁신을 이끌 새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퇴를 결정했다”며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하는 상황에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까지 더해진 판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