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률 하향으로 일어난 '차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까?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서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일등석과 비교해 대폭 낮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제도 개편 향한 소비자 불만 수용할 뜻 보여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은 2021년 4월부터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적립률을 높이는 대신 일반석은 현행 적립률을 유지하고 일반석 가운데 할인이 많이 적용되는 좌석은 적립률을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적립률은 최대 300%까지 높아지고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좌석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춰진다.

통상 이용객이 가장 많은 일반석 운임 가운데 6개 예약 등급은 현행 적립률 100%를 그대로 유지한다.
  
소비자단체에서는 항공권을 구매할 때 똑같았던 가액 기준을 마일리지 적립할 때 차등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률 개편으로 일반석을 이용하는 탑승객은 마일리지 적립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며 “대한항공은 항공권 운임 수준에 따른 혜택의 균형을 위한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 마일리지 축소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소비자단체에서는 보너스 항공권(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항공권 명칭)을 위해 공제되는 마일리지가 ‘지역 기준’에서 ‘실제 비행거리 기준’으로 바뀐 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을 여행하게 되면 기존보다 큰 폭으로 마일리지 공제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북미·유럽·중동·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어느 공항을 거쳐 가든 일괄적으로 3만5천 마일리지를 차감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4만 마일리지, 뉴욕은 4만5천 마일리지로 거리에 따라 차등해 차감하게 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런 마일리지제도 개편으로 대한항공이 연간 1500억 원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항공사의 재무제표상 이연수익(재무상태표의 부채항목)으로 잡힌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번 마일리지제도 개편으로 이용객이 많은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비율을 낮추고 장거리 노선의 보너스 항공권 공제비율을 높이면서 비용 절감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을 두고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항공사 마일리지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마일리지제도를 개선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감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항공의 자체적 마일리지제도 개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의원은 “항공사들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서비스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항공사들이 카드회사 등에 마일리지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서비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산으로 인식하는 마일리지를 과도하게 차감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수렴해 마일리지 개편안의 수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단 올해 11월부터 새로운 마일리지제도를 시범운영하면서 소비자 불만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제도를 대폭 수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기간 명확한 문제점을 확인하면 소비자를 위한 방향으로 제도를 일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