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개정된 선거법을 통해 국회 내 입지를 넓힐 발판을 마련했다.

31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2020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최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등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기다리는 심상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의당 대약진 기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최종 개정된 선거법이 원안보다는 후퇴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고 있는 만큼 정의당은 의석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심 대표는 애초 기대했던 원내교섭단체(20석)까지 정의당 당세를 확장하는 것은 힘들지만 입지를 넓혀 진보정책을 반영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선거제 개혁의 의미는 개혁의 '폭'이 아니라 개혁의 '방향'으로 거대 양당으로 수렴되던 제도가 이제 주권자의 뜻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은 것"이라며 "대결로 얼룩진 양당 기득권제도에 파열을 내고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게 정의당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25석, 75석으로 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원안대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섭단체 지위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다. 

선거법 개정안은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호남지역 의석 축소 등에서 이견을 나타내면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서 비례대표 일부인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심 대표는 23일 선거제 최종 개편안에 합의하며 “선거개혁의 초심과도 너무 멀리 와 있고 정말 미흡한 안을 내놓게 돼 송구스럽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첫 발이라도 떼는 게 중요하다는 국민들의 말씀을 받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존 선거제도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총 30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 47석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게 되면 전체 300석에 정당득표율을 반영한 뒤 연동비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을 분배하게 된다.

정의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기반이 약해 의석 수가 적었던 만큼 정당득표율을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6~20일 전국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지지율 조사를 기반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때 의석 변동 수를 추산해 보면 정의당의 지역구 의석은 2석에 불과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이 현재 4석에서 12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20대 총선 지역구 의석 수를 적용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에서 5석, 자유한국당은 10석, 바른미래당은 2석을 초과해서 얻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 배분에서 제외된다.

할당의석보다 실제 지역구에서 16석을 적게 얻은 정의당만 8석(50% 연동율)이 우선 배분되고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연동형 배분을 마친 39석이 득표율 3% 이상 정당에 다시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심 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을 대비해 정당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노린 위성정당인 이른바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2020년 총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기존 자유한국당 정당지지자들이 모두 비례대표 선거에서 비례한국당에 투표하게 하면 정의당의 의석 증가효과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례한국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의 60%가 넘는 29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4+1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비례한국당 창당은) 우리 당 지지자가 정당투표를 할 때 비례대표 공천용 정당에 투표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 구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 대표는 26일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 위성정당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선거제도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