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전환을 위한 질주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올해 5G통신서비스에서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실력'을 보여줬다.
 
5G통신 원년 SK텔레콤 1위 실력 과시, 박정호 내년 '뉴 ICT' 더 질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이끈 SK텔레콤은 5G통신 상용화 원년인 2019년 한 해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본업인 통신부문에서는 LTE통신에 이어 5G통신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공고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SK텔레콤의 5G통신 서비스 가입 회선 수는 177만1485회선으로 전체의 44.4%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5G통신에서도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5G통신의 '킬러콘텐츠'를 향한 박 사장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5G통신의 킬러콘텐츠로 불리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SK텔레콤의 실감형콘텐츠 브랜드인 ‘점프AR’과 ‘점프VR’은 7월 출시 이후 80일만에 가입자 70만 명을 돌파했다. 점프AR은 귀여운 동물을 이용한 ‘AR 동물원’을 통해, 점프VR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e스포츠 구단 T1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10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보다 한 달 늦긴 했지만 손을 잡은 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은 10월 말에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쟁기업인 카카오와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통신시장 점유율 1위의 이동통신사와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랫폼·콘텐츠 기업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박 사장은 콘텐츠 뿐 아니라 5G통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특히 2019년 하반기부터는 빌딩 내부(인빌딩) 5G통신 품질 확대를 위해 각종 기술을 개발·적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사장은 본업인 통신분야 뿐 아니라 '뉴 ICT 기업'을 내걸고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비통신분야 육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2019년은 무엇보다 미디어 분야에서 SK텔레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SK텔레콤은 9월 지상파3사와 협력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출시했다. 웨이브는 출시 초기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빠른 속도로 문제점들을 개선하며 자리를 잡았다. 출시 초기 1점 대였던 구글플레이스토어 별점도 연말에는 3점대까지 개선됐다.

웨이브의 출시와 때를 맞춰 지상파 3사에서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등 드라마가 연이어 인기를 끌며 콘텐츠 측면에서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2019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였던 '프리미어12'의 모바일 독점 중계권을 따낸 것 역시 웨이브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사장은 보안분야에서 SK텔레콤의 통신과 보안사업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박 사장은 2018년 ADT캡스를 인수한 뒤 ADT캡스의 보안서비스와 SK텔레콤의 각종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과 드론 관련 서비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방송서비스와 ADT캡스의 보안서비스를 결합한 '티맵 주차', 'B&캡스' 등을 내놨다. ADT캡스의 보안 서비스를 SK텔레콤의 다른 서비스와 함께 이용하면 결합할인도 제공했다.

커머스사업에서는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SK텔레콤의 커머스 관련 자회사 11번가는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인 아이허브와 손을 잡았다. 11번가와 아이허브는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협력, 자체브랜드(PB)상품 개발, 마케팅 협력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만약 흑자를 낸다면 2011년 이후 8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2019년 3분기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9년 3분기 SK텔레콤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612억 원, 영업이익 3021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비와 투자비용 증가 등으로 0.7% 줄어든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15.4%, 31.7% 감소했다.

물론 박 사장이 올해 마냥 좋기만 한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특히 5G통신 분야에서는 여전히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5G통신서비스 이용 고객들은 5G통신 서비스의 품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12월 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고객들의 5G통신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이동통신3사 가운데 3위를 했다. SK텔레콤 고객들의 데이터 속도 만족도는 31%에 불과했다. 

5G통신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 역시 품질이나 콘텐츠의 힘보다는 이동통신3사의 공격적 마케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함께 5G통신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 잔치’를 벌였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최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V50이 ‘공짜폰’이 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고객들의 5G통신 이용 만족도를 높이고 5G통신 시대 SK텔레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부터는 SK텔레콤을 단순한 통신사업자가 아닌 ‘뉴 ICT’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일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가장 관심이 몰리고 일은 SK텔레콤과 디즈니의 협업 가능성이다. SK텔레콤은 웨이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 콘텐츠 제작사 디즈니와 계속해서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11월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즈니와 만났고 재미있는 것을 들고 오기도 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역시 SK텔레콤이 통신 기업에서 ‘종합 미디어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어 늦어도 2020년 1분기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뉴 ICT 기업의 다른 축인 보안사업, 커머스사업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각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ADT캡스와 11번가의 상장을 통해 SK텔레콤의 ‘비통신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비통신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2020년 조직개편에서 조직을 Corp1과 Corp2의 두 센터로 나누고 비통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2센터에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20년은 SK텔레콤이 ‘글로벌 뉴 ICT 기업’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