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항공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범현대가가 화물과 비즈니스 출장을 아시아나항공으로 돌리면 대한항공은 당장 실적에 부담을 안게 된다. 
 
범현대가 아시아나항공으로 화물과 출장 옮길까, 대한항공 촉각 세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 매매계약체결을 마무리 지으면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 2조5천억 원 가운데 약 2조1천억 원을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 투입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1조1천억 원에서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은 660%에서 300%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새로 주인이 된 HDC현대산업개발이 2020년 1분기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이사진을 교체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단순히 HDC현대산업개발로 주인이 바뀌는데 그치지 않고 범현대가의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범현대가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2세와 정 창업주 형제들의 2세, 혹은 그들의 자녀인 3세가 이끄는 기업을 두루 이르는 말로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HDC그룹, 한라그룹, 현대그룹 등이 포함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항공 물류와 밀접한 범현대가 그룹들은 국내 주요산업에 대부분 발을 걸치고 있다. 

따라서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범현대가와 함께 면세점 및 기내식, 항공유, 항공기 보험, 물류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범현대가 계열사 임직원이 출장용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적극적으로 이용만 해도 실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분기 기준 범현대가 계열사에서만 무려 20여만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특히 항공업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항공물류 수요 가운데 상당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흡수할 수도 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와 국제를 포함한 화물수송실적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80억1500만 화물톤킬로미터(FTK, 화물중량×운항거리)를 기록해 세계항공사 가운데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0억800만 화물톤킬로미터(FTK)로 21위에 머물러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호산업에 비해서 범현대가 기업들의 규모가 큰 만큼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상당한 고객회사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물류뿐만 아니라 여객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높은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도약의 기회를 맞은데 비해 대한항공은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조짐을 보여 대한항공이 내년에 구체적 경영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922%를 보이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항공과 싱가포르항공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의 평균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비전 2023’이라는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오너일가의 경영권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시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들이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으로서는 항공업 불황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