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는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번 반기가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인지 시선이 몰린다.
 
조현아 반기에 어머니 이명희 뜻 반영됐나, 한진칼 경영권 분쟁 막올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며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을 다투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내보인 입장문에서 조 회장의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부터 부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은 상속인 사이에 실질적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한진그룹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가족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던 만큼 조 전 부사장의 이날  의사표시는 사실상 조 회장의 그룹 총수 지위를 부정하고 공동경영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날 입장문 발표는 조 전 부사장이 11월 있었던 한진그룹 인사에서 제외되자 그동안 미뤄두었던 경영권을 향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한진그룹 복귀와 관련해 조원태 회장과 어떤 합의도 없었는데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에 복귀하기 위해 기회를 노려왔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3년4개월 뒤인 2018년 3월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지 보름 만인 2018년 4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횡포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영진 일가를 향한 비난이 잇따르자 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에 복귀하는 데에는 법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6월 명품 등을 밀수했다는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지만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집행유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계열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조 전 부사장으로서는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에 따라 11월 인사 때 경영에 복귀해 남매경영을 바랐을 것이나 그렇지 못했던 점에서 이번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의 상속세 부담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만큼 조 회장과 달리 상속세 부담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결국 조 전 부사장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른 주주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조원태 회장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입장문에 다른 주주들과 연대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담았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요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17.29%, 델타항공이 10.0%, 반도그룹이 6.28%를 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입장문 발표가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의 지분을 합치면 11.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은 특별히 서로 신뢰하는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관련 재판을 겪으면서 더욱 사이가 돈독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반도그룹과 관련해 이명희 전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조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항공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도그룹은 조 회장 측과 접촉한 적도 없고 가까운 사이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조 회장은 11월 뉴욕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반도그룹은 만난 적이 없어 우호세력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항공업계 한쪽에서는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연대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11월에는 양 측이 만났다는 이야기가 항공업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KCGI가 한진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는 호텔부문에 강한 애착을 지닌 것으로 파악돼 양 측이 손을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 발표를 통해 조 회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에 2020년 한진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남매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게 되면 조원태 회장의 지위는 불안해지게 된다”며 “델타항공과 조원태 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16.52%에 불과하기 때문에 KCGI와 손을 잡는 등의 획기적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등기이사 연임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조 회장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이사회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며 기존의 경영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부각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관련법규를 지키며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진그룹과 관련해 발생한 논란으로 회사경영의 안정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